9월부터 주담대 한도 축소…치솟은 서울 아파트값 잡을까

심나영 2024. 8. 2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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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치솟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잡으려
공급대책 이어 대출규제 카드 꺼내
부동산 전문가들 전망
"거래량 떨어지고, 갭투자 어려울 것"
"매매가는 상승세 유지, 전셋값은 더 뛸 것"

금융당국이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세를 잡기 위해 다음 달부터 수도권 지역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줄이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벌써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집값이 오를 만한 지역에 본인이 거주할 신축 아파트를 매수하는 ‘똘똘한 한 채’ 전략을 가진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를 꺾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연내 미국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우리나라까지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하게 되는데, 대출 한도 축소의 효과는 반감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번 대책을 통해 매매 수요가 전세로 돌아서게 되면 전셋값을 높여 서민들의 주거 생태계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거래량 떨어지고, 갭투자 못 하겠지만

KB부동산 주간KB아파트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일주일만에 0.22% 치솟은 가운데 5일 서울 마포구 부동산에 아파트 매매와 전세 가격이 붙어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금융위원회는 21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어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를 점검했다. 이 제도가 시작되면 수도권에서 집을 사는 사람은 은행에서 주담대를 받을 때 가산금리를 추가로 더 적용받게 된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금리에 스트레스 금리인 가산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계산하는 제도다. 가산금리가 높아지면 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 한도가 정해지는 DSR에 영향을 준다.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주담대 한도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연 소득 5000만원 차주 기준으로 30년 만기 변동금리(대출이자 4.5% 가정)로 대출받을 경우, 스트레스 DSR 도입 전보다 한도가 4200만원(3억2900만원→2억8700만원) 줄어든다. 같은 조건으로 연봉 1억원이 차주의 경우는 8400만원(6억5800만원→5억7400만원) 감소한다. 다만 혼합형과 주기형 같은 고정금리로 주담대를 받게 되면 이보다 한도는 좀 더 늘어난다.

이번 조치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진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총 3만611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거래량인 3만5538건을 이미 뛰어넘을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스트레스 DSR은 자금 조달을 제약해서 거래되는 물건 자체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강남 지역은 크게 상관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강남 3구는 이미 너무 올라서 자산이 있는 사람이 들어오는 시장이 됐다. 성동, 마포, 광진구와 같이 실수요가 몰라는 곳의 거래가 주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실거주를 위해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은 몇천만 원씩 갑자기 대출을 못 받게 되면 부담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성동 같은 데는 갭투자가 많았는데, 기존 집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전세를 끼고 한 채 더 마련하려는 사람은 결국 자금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어서 갭투자는 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매매가 계속 오를 것, 전셋값은 더 뛸 수도

이미 매수 심리가 올라올 대로 올라왔고 올해 내 금리까지 인하한다면 이번 정책과 무관하게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권 전문위원은 "지금 매수 심리가 올라온 상태라 꼭 대출받지 않아도 되는 수요까지 생각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세가 꺾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현재 은행 주담대 금리가 아무리 좀 높게 책정돼 있더라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서 금리 인하를 시작하고 연쇄적으로 한국은행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적용해 대출한도를 줄인 게 무마될 정도 수준이 될 수 있다"며 "대출 한도 규제가 아파트 가격에까지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도 시행 이후 전셋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규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대출이 쉬운 전세수요로 전환되면 전셋값이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지금은 공급 부족과 아파트 쏠림 현상으로 매수로 몰리는 중"이라며 "전셋값이 오르면 집값도 더 오를 수밖에 없어서 스트레스 DSR으로는 부동산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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