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 텃밭마다 수상한 붉은 꽃…어촌마을 발칵 뒤집은 양귀비

지난 5월 해경이 경북 울진의 한 가정집 인근에 있는 텃밭에서 마약성 양귀비를 단속하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제공

전북 부안의 한 어촌마을에 사는 A씨(83)는 집 앞 텃밭에서 양귀비 517주를 몰래 재배하다 적발됐다. 경북 영덕의 한 어촌마을에 거주하는 B씨(70)도 집 인근에서 대마 17주를 재배하다 붙잡혔다. 이들은 “씨앗이 바람에 날아와서 자연적으로 꽃이 폈다”, “관상용 꽃으로 알고 예뻐서 키웠다”, “쌈 채소인 줄 알고 식용 목적으로 키웠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마약성 양귀비와 대마를 몰래 재배한 이들이 해경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해양경찰청은 지난 4~7월 어촌·섬 지역 등을 대상으로 대마와 양귀비 등 마약성 식물 재배 여부를 단속해 총 367명을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마약 종류별로는 대마가 17명, 양귀비가 350명이었다. 해경은 대마 828주와 양귀비 2만 9824주를 압수했다.

적발된 인원 중 50주 이상의 마약을 고의로 키운 37명은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나머지는 경고 뒤 훈방 조치했다. 지난해까지는 대검찰청 예규에 따라 50주 미만의 재배 행위는 압수·계도 조치만 했지만, 올해부턴 단 1주만 재배해도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입건 대상이 된다.

지난 4월 전북 부안의 한 가정집 인근 텃밭에서 마약성 양귀비를 발견한 해경이 재배구역에 경계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제공

해경 관계자는 “불법 재배업자는 지난해(311명)보다 18% 늘었고, 압수된 대마(81g)·양귀비(1만6955주)도 76% 늘어났다”며 “적발된 이들의 상당수가 60~80대 이상 어르신들로 양귀비를 상비약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마약류 양귀비는 진통·진정 작용 있고, 이질·설사 증상이 있을 때 지사 효과 있다. 그래서 병원이 먼 섬 지역 주민들은 신경통·배앓이·불면 등에 대비해 양귀비를 몰래 심고 복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주용현 해양경찰청 형사과장은 “대마와 양귀비는 중독성이 강하고, 환각 작용과 중추신경 마비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마약류로 분류된다”며 “허가 없이 재배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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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