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에 몰리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이대로 괜찮나 [소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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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자영]
▲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할 필리핀 노동자들이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필리핀 정부가 공인한 돌봄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업무는 아이 돌봄과 아이 관련 가사에 한정된다. 최저임금법과 고용허가제 등 국내법 테두리 내에서 시범사업의 모양새를 갖추느라, 영어 가능자라는 점을 빼고는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보미 사업과 차별성이 없다.
원활한 사업 시행을 위해 정부가 투입하는 인력과 행정 비용을 무릅쓰면서까지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돌봄 인력 부족을 해결하고 출생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은 저출생 대응 및 여성의 경력단절 방지를 위한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는 정책으로 포장되었다. 그러나 서비스 수혜층은 결국 중산층 고소득 가구일 것이라는 예상을 비껴가지 않았다. 지역별로는 강남 3구를 포함한 서울 동남권(37.6%)과 도심권(31.8%)이 많았고, 7세 이하 자녀를 둔 맞벌이 다자녀 가구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용 시간은 절반 이상이 하루 4시간을 선택했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학력과 직업을 가진 이용자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양상의 돌봄 노동의 외주화는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초래한다. 부유한 나라의 성평등 의식 향상은 여성의 경제적 참여를 증대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부유한 나라에서는 외주화된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으려는 수요가 증가했고, 이 수요를 충족시킨 것은 주로 가난한 나라의 여성들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Arlie Russell Hochschild)는 이렇게 돌봄노동이 가난한 국가 출신의 이주 여성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현상을 '전 지구적 돌봄사슬'(Global Care Chain)로 명명했다. 그러나 부유한 국가의 '모든' 여성이 가사도우미의 도움으로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성취를 도모하지는 못한다. 부유한 나라의 고소득 여성들의 성평등은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루겠지만, 부유한 국가의 저소득 여성과 가난한 나라 여성들은 복잡한 형태의 착취와 불평등에 노출된다.
▲ 그동안 돌봄 서비스 확대와 관대한 육아휴직 제도 개편에도 불구하고 출생률은 계속 떨어졌다. 자료사진. |
ⓒ 셔터스톡 |
보편적 보육서비스나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통한 공식화된 돌봄 일자리의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문제제기와 개선이 이뤄졌지만, 비공식 돌봄 일자리는 '가사 사용인' 영역으로 기본적인 노동권 보장에서 제외되었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비인격적 대우가 만연한 비공식 돌봄 일자리를 이주 노동자가 채워왔다.
이주 노동자가 그러한 근로조건을 감내하니 일자리 질은 더욱 나빠지고 국내 인력이 외면하자 인력 공급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친다. 여기에 유학생과 외국인 배우자가 '가사 사용인' 지위를 가지고 비공식 돌봄을 제공하게 된다면, 국내 인력의 돌봄 시장 참여 의지는 더욱 꺾일 것이다.
돌봄 업종 등에서 외국 인력을 확대하는 것이 거시경제적으로 출생률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동안 돌봄 서비스 확대와 관대한 육아휴직 제도 개편에도 불구하고 출생률은 계속 떨어졌다. 청년들이 아이를 낳으려면 양질의 일자리와 안정된 소득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부모급여나 기본소득처럼 일자리가 없어도 아이를 키울 충분한 소득을 보장할 수 없다면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줘야 한다.
그런데 당분간 경제 성장 전망은 밝지 않다. 내수 부진이 지속하면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췄다. 노동력 부족 때문에 외국 인력을 확대했는데 그들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해외로 유출한다면 국내 소비와 투자가 감소할 것이다.
필리핀은 송금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0%에 달한다고 한다. 중하위 소득 국가 중에서도 송금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높은 국가다. 우리나라에 입국한 한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득의 3분의 1을 송금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 윤자영 / 충남대 경제학과 부교수(소셜 코리아 자문위원) |
ⓒ 윤자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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