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치 않았던 신예 감독, 관객 흥분시킨 명장면
[양형석 기자]
마블은 2008년 <아이언맨>부터 2019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까지 '인피니티 사가'로 불리는 23편의 영화를 크게 흥행시키며 영화 역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과 원년 멤버들의 퇴장, 무리한 세계관 확장 등으로 마블은 침체에 빠졌다. 실제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데드풀과 울버린> 정도를 제외하면 최근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다.
이에 마블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하기로 했다. 오늘날 마블의 신화를 만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다시 마블 세계관에 복귀시킨 것이다. 다우니 주니어는 오는 2026년과 2027년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둠스데이>와 <어벤져스:시크릿 워즈>에서 멀티버스 사가의 최종보스 닥터 둠을 연기할 예정이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희생했던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7년 만에 MCU에 복귀하는 셈이다.
▲ 캡틴 아메리카는 <윈터솔져>부터 본격적인 '미국대장'의 카리스마를 보이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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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는 <매트릭스> 시리즈의 더 워쇼스키스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코엔 형제, <덤 앤 더머>의 페럴리 형제 등 유명한 형제 감독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 어떤 형제 감독도 루소 형제만큼 뛰어난 흥행 감각을 보유하고 있진 못하다. 실제로 루소 형제는 '거장'으로 불리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제임스 캐머런 감독에 이어 역대 흥행 순위 3위와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뛰어든 루소 형제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TV 시트콤 <못 말리는 패밀리>와 <커뮤니티>를 연출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커뮤니티> 시즌2에 등장하는 페인트볼 액션 연출을 인상적으로 본 마블의 제작자 케빈 파이기는 영화 쪽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루소 형제를 발탁해 1억7000만 달러의 거액이 투입된 대작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연출을 맡겼다.
<윈터 솔져>는 이전까지 주로 저예산 코미디 드라마를 연출했던 형제 감독이 만든 영화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높은 재미와 완성도를 자랑하며 존재감이 썩 높지 않았던 캡틴 아메리카의 위상을 단숨에 올려줬다. 루소 형제는 <캡틴 아메리카>의 다음 시리즈인 <시빌 워>는 물론이고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까지 연출을 맡으며 MCU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엔드게임>을 끝으로 MCU에서 하차한 루소 형제는 2021년 톰 홀랜드가 출연한 애플TV+의 오리지널 영화 <체리>,2022년에는 크리스 에반스가 출연한 넷플릭스 영화 <그레이맨>을 연출했다. MCU에서 하차한 후에도 MCU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간 셈이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넷플릭스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에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크리스 플랫이 나올 예정이다.
멀티버스 사가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마블 팬들은 인피니티 사가의 주역 루소 형제가 다시 MCU에 복귀해 주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지난 7월 마블은 로다주의 컴백과 함께 <어벤져스:둠스데이>와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를 루소 형제가 연출한다고 발표했다. 과연 루소 형제는 '수명이 다했다'고 평가받은 마블 영화들을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 <어벤져스>의 새 시리즈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국내에서도 40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흥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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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속편의 연출을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은 신예 형제 감독이 맡는다 했을 때도 관객들의 기대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윈터 솔져>는 히어로물과 첩보물을 적절히 결합한 새롭고 흥미로운 스토리에 크리스 에반스와 스칼렛 요한슨, 세바스찬 스탠 등 배우들의 매력이 더해지면서 세계적으로 7억 1400만 달러, 국내에서도 396만 관객을 동원하며 전편의 아쉬움을 날리는 데 성공했다.
영화 속에서 캡틴과 윈터 솔져는 인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발휘하면서 싸움을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동작들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특히 두 초인의 첫 만남에서 캡틴이 던진 방패를 윈터 솔져가 한 손으로 받아내는 장면은 관객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또한 캡틴이 럼로우(프랭크 그릴로 분)가 이끄는 실드 부대의 추격을 따돌리는 엘리베이터 액션과 캡틴의 과감한 탈출 역시 관객들을 흥분시킨 명장면이었다.
또 한 가지 대단했던 부분은 캡틴이 슈퍼솔저 이상의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점이다. 캡틴은 그 어떤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이 믿는 정의와 신념에 따라 몸을 사리지 않고 위험에 뛰어들었다. 많은 실드 요원을 감동 시켰던 연설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럼로우의 총에 협박을 받던 한 실드 요원은 캡틴의 연설을 듣고 프로그램 실행을 거부하면서 "캡틴의 명령입니다"고 말했다.
<퍼스트 어벤져>와 <윈터 솔져>,<시빌 워>까지 나왔던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는 <엔드게임>의 마지막 장면에서 스티브 로저스가 과거로 떠나면서 막을 내리는 듯했다. 하지만 2021년에 공개된 드라마 <팔콘과 윈터 솔져>에서 팔콘이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 자리를 이어받았고 내년 2월에는 앤서니 매키가 캡킨 아메리카를 연기할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개봉할 예정이다.
▲ 스칼렛 요한슨은 캡틴 아메리카와 서로 경계하다가 결국엔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동료 나타샤 로마노프를 연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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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아이언맨2>에서 첫 등장한 블랙 위도우는 첫 솔로 무비가 나오기까지 무려 11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블랙 위도우는 그 사이 카메오 출연을 제외하고도 7편의 MCU 영화에 출연했는데 <윈터 솔져>는 그중에서도 블랙 위도우의 비중이 큰 작품 중 하나다. 분명 MCU에서 가장 강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블랙 위도우가 등장하면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 진다.
1971년 <내일을 향해 쏴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명배우 로버트 레드포드는 <윈터 솔져>에서 "평화는 업적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말로 노벨 평화상을 거절했던 세계안전보장이사회 사무총장 알렉산더 피어스를 연기했다. 하지만 피어스는 실드 안에 기생하고 있던 히드라의 지도자이자 영화의 빌런으로 출연한 레드포드는 마블의 열혈 팬인 손녀에게 보여주고 싶어 <윈터 솔져> 출연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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