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트럼프, 무소속 케네디 주니어와 손잡나…중도하차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 측이 출마 포기 가능성을 시사하자 “그를 좋아한다”며 대선 승리 시 차기 내각 중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핵심 경합주인 미시간주 하웰에서 유세를 마친 뒤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케네디 주니어 후보를 두고 “저는 그를 많이 좋아한다. 존경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케네디 주니어가 독자 출마를 접고 자신을 지지할 경우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항상 그를 좋아했으니 그의 지지를 받으면 좋겠다”며 “그는 매우 똑똑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지지를 받는다면 영광”이라고 답했다. 취재진이 차기 행정부에 기용할 것을 고려하느냐고 재차 묻자 “아마 그럴 것”이라고 했다.
케네디 주니어 측 ‘출마 포기 가능성’ 시사
앞서 케니디 주니어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 니콜 섀너핸은 이날 공개된 팟캐스트 매체 ‘임팩트 시어리’(Impact Theory) 인터뷰에서 향후 정치적 진로와 관련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하나는 선거운동을 계속하고 새로운 제3당을 창당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대선 출마를 접고 트럼프에 힘을 보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첫 번째 선택을 할 경우 트럼프 표를 더 잠식할 것이므로 (민주당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당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출마를 포기할 경우 지지자들에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다”고 했다. 섀너핸은 실리콘밸리에서 지식재산권 관리 업체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케네디 주니어 측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여성ㆍ흑인ㆍ청년층 등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 최근 결집하며 해리스 팀이 기세를 올리는 상황이다.
선거 예측 기관 ‘사바토의 크리스털 볼’은 그간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분류했던 경합주 노스캐롤라이나를 최근 해리스 상승세를 반영해 ‘경합 지역’으로 조정한다고 20일 밝혔다. 노스캐롤라이나는 2020년 대선 때 트럼프가 7대 스윙스테이트(경합주) 가운데 유일하게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를 이긴 곳이다. 이번 조정으로 전체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해리스는 226명, 트럼프는 219명을 각각 확보한 상태에서 나머지 93명을 놓고 경합중인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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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주니어, 트럼프 결합시 ‘보약’ 될까
케네디 주니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만 해도 ‘역대급 비호감 대결’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흡수하며 주요 변수로 부상했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초박빙 구도로 전개되고 있는 이번 대선 판세에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다만 최근 뉴욕주 후보 등록 과정이 ‘허위 주소 사용’ 문제로 무효화하는 등 영향력이 감퇴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케네디 주니어 대선 캠프의 지난달 후원금이 실제 지출 금액에 못 미치는 등 대선 레이스를 끌고 갈 ‘실탄’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보도(폴리티코)도 나왔다.
그럼에도 케네디 주니어가 트럼프 진영에 가세할 경우 중도층과 온건 보수층 표 일부를 가져가며 트럼프에 ‘보약’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달 트럼프가 피격 사건 이후 케네디 주니어에 연락해 자신의 손을 들어줄 경우 차기 행정부 입각을 제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거꾸로 이달 초에는 케네디 주니어가 해리스에게 후보 단일화와 차기 정부 내 역할에 대한 논의를 제안했지만 해리스 측에서 응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제3 후보가 미 대선 승패에 영향력을 발휘한 사례로는 1992년 대선에서 공화당 표를 잠식해 조지 H W 부시의 재선을 막은 억만장자 로스 페로, 2000년 대선에서 녹색당 후보로 출마해 민주당 성향 표를 잠식하며 앨 고어 민주당 후보 석패에 영향을 미친 소비자운동가 랠프 네이더 등이 있다.
트럼프 “불법 이민, 해리스 탓” 맹비난
트럼프는 이어 “우리는 임기 첫날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행정부가 1950년대 군 병력을 동원해 불법 이민자 대거 추방에 나선 일을 거론하며 “우리의 작전은 그보다 더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유세지로 택한 하웰은 한 달 전 백인 우월주의자 집회가 열린 곳이란 점에서 “트럼프가 백인 극단주의와 역사적 연관이 있는 마을에서 선거 유세를 했다”는 로이터통신 보도가 나왔다.
지난달 하웰 중심가에서는 십여 명의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하일 히틀러’를 외치며 ‘백인의 생명은 중요하다(White Lives Matter)’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트럼프 유세가 인종주의를 부추긴다는 논란이 일자 트럼프 대선 캠프 측은 “조 바이든 대통령도 2021년 하웰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반박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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