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오바마 도왔던 해리스 우정…이번엔 오바마가 전폭지원

조슬기나 2024. 8. 2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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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2일차
오바마, 미셸 오바마 등 연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민주당 전당대회 둘째 날인 20일(현지시간)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가장 강력한 우군을 자처하며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를 찾았다. 현지에서는 과거 해리스 부통령이 2008년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오바마 당시 후보의 몇 안 되는 지지자였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오랜 우정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전당대회 연설이 오랜 친구의 '보은'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황금시간대 주요 연사로 나선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재선 포기 용단을 내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유산을 강조하는 한편 오는 11월 대선에서 미 최초의 여성 대통령 겸 흑인 여성 대통령 겸 인도계 대통령에 도전하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촉구한다. 해리스 부통령이 과거 자신처럼 역사적 장벽을 깨뜨릴 것임을 강조하며 '어게인 2008'을 선언하는 것이다.

해리스 지원 사격에 나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현직 미국 대통령을 통틀어 가장 스타파워가 강하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줄리아나 스트랜튼 일리노이 부지사는 AP통신에 "오바마는 여전히 당내 북극성"이라며 "민주당원을 자극하고, 무소속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고, 온건파 공화당원을 설득하는 데 오바마보다 더 중요한 목소리는 없다"고 그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를 위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당대회 연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무명의 정치인이었던 그를 2008년 대권 잠룡으로 만들어 준 20년 전 보스턴 전당대회에서는 존 케리 당시 후보를,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를 위해 연단에 섰다. 러닝메이트였던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한 2020년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화상 연설을 진행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연설은 200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해리스 부통령과의 각별한 우정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CNN방송은 "오늘 밤 오바마가 '그의 친구' 해리스를 위해 연단에 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오바마-해리스 우정의 이면 : 중요한 지지와 비슷한 영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두 사람의 우정을 주목했다.

NYT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 당시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의 당내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컸던 상황에서도 초기부터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NYT는 "민주당 전체를 통틀어 오바마를 지지했던 사람은 몇 안 됐었다. 정치적 리스크였다"면서 "해리스의 초기 투자는 결국 성공했고, 오바마는 그 일을 절대 잊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측근은 NYT에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날 전당대회 연설에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보답할 것"이라며 두 사람이 20년 이상 정치적으로 같은 길을 걸어왔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프리카계 이민자 아버지를 둔 미국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인종, 문화적 배경 외에도 다양성, 희망을 강조하는 등 정치이념도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리스 부통령을 향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는 최근 참모들의 행보에서도 확인된다. 1년 전 해리스 부통령의 측근으로 합류한 스테파니 커터는 과거 오바마 행정부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여기에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이후 캠프 핵심 인사들도 오바마 캠프의 베테랑들로 새롭게 채워졌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 소식을 전달받은 직후에도, 가족에 이어 3~4번째로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해리스 캠프가 최근 기쁨, 자유 등에 초점을 맞춘 것이 16년 전 오바마 캠프가 희망, 새로운 출발을 약속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짚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같은 날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명연설가’로 유명한 미셸 오바마도 민주당 전당대회 연단 위에 오른다. 앞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대안으로 언급됐던 미셸이 사상 첫 흑인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해리스 부통령을 위해 어떠한 메시지를 낼 것인지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들의 연설은 잠시 후 이어질 예정이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에 참석하기 위해 깜짝 등장했던 전날과 달리 이날은 전당대회 현장을 찾지 않았다. 대신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함께 경합주인 위스콘신주 밀워키를 찾아 유세했고, 이들의 모습은 영상 연결을 통해 전당대회 현장에서도 잠시 공개됐다. 전당대회 마지막 날 수락 연설을 앞둔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대의원 롤콜(점호 투표)을 마치고 연결된 영상에서 "후보가 돼 영광"이라며 "함께 새로운 전진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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