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 2024 홈리스월드컵 D-31, 이한별 감독이 꿈꾸는 '4번째 드림'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지난해 개봉한 영화 '드림'은 한국이 처음으로 홈리스월드컵에 참가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2010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홈리스월드컵에 첫발을 내디딘 한국은 이후 꾸준히 대회에 참가해 홈리스들의 삶에 대한 변화 의지 고취와 자립 및 사회 진출을 응원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홈리스월드컵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서울 2024 홈리스월드컵은 오는 9월 21일부터 28일까지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대운동장에 설치된 3개 경기장에서 진행된다. 올해 대회에는 전 세계 46개국 61개팀(남성 43개팀, 여성 18개팀) 500여 명이 참가한다.
이번 대회를 여는 한국도 남자 대표팀이 참가한다. 전국 선발전을 통해 엄선된 홈리스월드컵 예비선수단 11명이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서울 강북 아크풋살스타디움 등 서울 각지에서 훈련을 진행했고 때마침 방한한 토트넘홋스퍼, 바이에른뮌헨과 특별한 훈련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합숙 훈련을 통해 정규 국가대표 8명이 선발돼 서울 2024 홈리스월드컵에 출전하며, 예비 선수 개념인 리저브팀도 남녀 10명씩 구성한다.
예비선수단 합숙 훈련이 한창이던 지난달 30일 홈리스월드컵 한국 국가대표를 이끌 이한별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감독은 전 풋살 국가대표 출신으로 암스테르담 2015 홈리스월드컵을 통해 처음 대회에 참가했다. 2019년과 2023년에도 한국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고 올해도 다시 한번 지휘봉을 잡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대회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서울 2024 홈리스월드컵을 통해 3번 연속 대회에 참가한다.
이 감독이 홈리스월드컵 국가대표 감독직을 마다하지 않는 건 대회를 통한 홈리스들의 변화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홈리스월드컵에 참여하면서 느낀 바가 있어 지금까지 계속하게 됐다. 이 일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이 감독은 "홈리스월드컵을 통해 만나게 되는 선수들이 감독과 선수의 관계로 끝나는 게 아니다. 선수들이 대회 전에는 어려운 상황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면 대회 이후에는 홈리스월드컵을 통해 만난 나나 코치들, 운영 관계자들처럼 힘들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긴다. 선수들도 누군가에게 관심받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도움을 요청할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감독직을 계속 수락하고 있다"며 선수들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게 대회 최우선 목표라고 밝혔다.
실제로 인연을 맺은 선수들과 생일 축하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이 감독은 이번 대회 선발전 중 있었던 제자들과 일화도 공개했다. "올해 홈리스월드컵 선발전을 하러 김해에 내려갔을 때 일이다. 평소에 베트남에 살아서 한국을 자주 올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가는 김에 부산에 있는 선수들에게 연락했다. 그랬더니 나를 데리러 오더라. 저녁식사는 내가 대접했는데 그 친구들이 내가 묵을 숙소를 십시일반 돈을 모아 해줬다. 정말 감동받았다"며 선수들끼리 멤버십을 구축하고 서로 힘을 내서 사회로 나아가려 노력하는 모습들을 봤다고 말했다.
앞서 암시했듯 홈리스월드컵에 나서는 가장 큰 목표는 우승이 아니다. 홈리스월드컵을 통해 홈리스들이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갖고 자신만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걸 우선시한다. 홈리스월드컵 재단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대회에 참가한 홈리스 94%가 삶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으며, 77%는 대회가 삶의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고 소회했다.
이 감독도 선발전에서 삶에 대한 변화 의지를 가장 중요하게 봤다고 설명했다. "홈리스월드컵 대표팀을 선발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하는 건 서류 면접이다. 서류에 어렸을 때 삶은 어땠는지, 지금까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지금은 뭘 하고 있고 앞으로 꿈은 뭔지 쓰게 한다. 솔직히 지원자가 많지 않은데, 그 지원자 중에는 그냥 기관에서 한번 해보라니까 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답변을 모두 한 줄만 적은 지원자도 있었다"며 서류 심사로는 최소한만 걸러내고 나머지 모두와 온라인으로 면접을 진행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가장 먼저 물어보는 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다. 그리고 살아온 환경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여쭙는다. 그러면서 이 사람이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태도를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홈리스월드컵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변하고 싶은지 묻는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기 어려운 친구들이다. 그래서 3년 안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는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얼추 대회를 통해 성장할 사람들이 보인다"며 예비선수단에 선발된 선수들은 축구 실력보다도 자립 의지가 큰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예비선수단 합숙 훈련이 끝나고 9월 초 국가대표 발대식이 있을 때까지 현재 살고 있는 베트남으로 돌아간다. 2018년 은퇴한 뒤 베트남에 가서 한국인 대상 유소년 축구 교실을 운영하고 베트남 현지 아이들에게도 풋살을 가르치는 스포츠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국가대표 발대식 이후 이 감독을 비롯해 장영훈 수석 코치, 김장군 코치, 송정섭 피지컬 코치, 정다운 골키퍼 코치 등이 재능 기부 형식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과 대회를 함께한다.
사진= 풋볼리스트, 홈리스월드컵 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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