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행담도휴게소, 우리가 몰랐던 100년의 진실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 행담분교 옛모습 |
ⓒ 행담향우회 |
이익주 행담향우회 회장(63)의 소감을 듣는 동안 행담도 옛 주민들은 대부분 눈을 감고 회상에 잠겼다. 임은주씨(90)는 행담도에서 생활하던 옛 추억이 떠오른 듯 고개를 끄덕이다 옆자리에 앉은 옛 행담도 이웃 주민의 손을 맞잡았다.
20일 오후 4시 당진시청 3층 해나루홀에서는 행담도에 거주하던 주민 2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행담도 주민들의 삶을 기록한 첫 기록집과 영상물이 공개되는 자리였다.
▲ 20일 오후 4시 당진시청 3층 해나루홀에서는 행담도에 거주하던 주민 2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행담도 주민들의 삶을 기록한 첫 기록집(그 섬에 사람이 살았네 - 구술로 만나는 행담도의 역사)과 영상물이 공개되는 자리였다. |
ⓒ 심규상 |
▲ 오성환 당진시장(가운데)이 행담도 옛 원주민 대표들과 발간된 행담도 책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 심규상 |
하지만 서해대교가 지나기 직전까지, 행담도휴게소가 생기기 직전까지 그곳에 100년 가까이 사람이 살았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 오성환 당진시장이 행담도 책자를 살피다 당시를 회상하며 주민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오 시장은 2000년 당시 행담도가 속한 신평면의 면장이었다. 당시 오 시장은 지역주민을 대신해 도로공사를 분주히 오가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오 시장의 행담도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지역주민들 못지 않았다. |
ⓒ 심규상 |
마을 주민들의 구술증언을 채록하는 과정에서 20여 년 만에 행담도 원주민들이 다시 모여 '행담 향우회'가 복원됐다. 당진시는 이에 발맞춰 행담도 휴게소 로컬푸드 행복장터 야외에 행담도 옛 사진을 모아 전시했다.
▲ 오성환 당진시장이 발간된 책(그 섬에 사람이 살았네)을 들어 보이며 "이 책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이 행담도를 휴게소와 서해대교가 지나는 섬이 아닌 역사가 숨쉬고 원주민들의 애환이 담긴 곳임을 알게 돼 지역사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 심규상 |
이날 행사를 주관한 오성환 시장의 행담도에 대해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지역주민들 못지 않았다.
"2000년 초 아이엠에프(IMF)를 겪으면서 외자 유치가 국가의 핵심과제가 됐습니다. 모든 기관이 외자 유치만의 살길이라고 외쳤습니다. 한국도로공사가 행담도를 관광단지로 개발한다며 싱가포르 회사의 자본을 유치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었죠. 도로공사가 행담도 전체에 대한 소유권을 얻은 뒤 갯벌을 메우면서도 행담도에 살던 원주민들은 편히 먹고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오 시장은 "하지만 투자도, 원주민들에 대한 약속 이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일갈했다.
"약속한 투자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2000년 당시 행담도 관광단지 개발을 위한 안전 기원제를 겸한 기공식에 참여했는데 엄청난 크기의 살구나무 아래서 했습니다. 태어나 그렇게 큰 살구나무는 처음 봤습니다. 그때 도로공사와 건설회사에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길지언정 절대 베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그런데도 안전을 빌던 나무마저 싹둑 베어내더라고요. 그러니 사업이 잘될 리 있나요. 결국 투자도 이뤄지지 않았고, 주민들도 제대로 된 보상 없이 섬을 떠나야 했죠. 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입니다."
▲ 2023년 9월 27일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경찰청 헬기에서 바라본 행담도휴게소에 차들이 주차돼 있다. |
ⓒ 연합뉴스 |
▲ 오성환 당진시장(오른쪽)이 발간된 책을 원주민을 대표한 한정만씨(70)에게 전달하고 있다. |
ⓒ 심규상 |
오 시장은 "이 책과 영상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행담도를 휴게소와 서해대교가 지나는 섬이 아닌 역사가 숨 쉬고 원주민들의 애환이 담긴 곳임을 알게 돼 지역사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도로공사와 지속해서 협의해 행담도 내 행담도 역사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종우 당진시 문화체육과장은 "발간된 책은 원주민들의 고령화로 사라질 뻔한 행담도의 역사를 주민 구술을 통해 생동감 있게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라고 말했다.
남광현 당진시문화유산팀장은 "당진시에서는 수년 동안 당진포구와 섬, 마을 사를 연구해 구슬채록을 하고 있다"라며 "행담도 구술사는 그동안 벌인 사업의 결정판"이라고 자평했다.
이 책은 당진시립중앙도서관과 읍면동별 작은 도서관에서 열람 및 대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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