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부동산PF·저축은행 '연착륙', 우물쭈물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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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하게 겨울비가 내린 2011년 2월17일 오전.
지난 3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PF 연체율은 지난해 말 대비 4.30%포인트 상승한 11.26%를 기록했다.
특히 당국의 압박으로 저축은행 중심으로 조성된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는 허점을 노출했다.
부동산 PF-저축은행으로 이어지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9월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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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하게 겨울비가 내린 2011년 2월17일 오전. 부산시 부산2저축은행은 같은 계열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됐다는 뉴스를 듣고 맡긴 돈을 찾기 위해 한달음에 몰려든 예금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렇게 시작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은 2011년 한 해에만 저축은행 16곳의 영업정지로, 초유의 ‘저축은행 사태’로 이어졌다.
핵심 원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부실이 누적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전체 저축은행이 취급한 대출 7조원 중 절반에 가까운 3조3000억원이 부실 사업장에 묶여 있었던 점이 사태의 발단이 됐다. 이후 금융당국의 조사는 물론 검찰까지 동원된 수사에서 금지된 부동산 직접 투자,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의 불법행위까지 속속 드러났다.
4년차에 접어든 이명박 정부는 사태 직후 2조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고, 4월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을 신설해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나 확산을 막지 못했다. 건전성 규제를 강화한 상호저축은행법 개정은 그로부터 2년6개월이 지난 2013년 7월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야 마련됐다.
2024년 저축은행은 또 위기에 직면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위기의 근원도 부동산 PF다. 13년 전 저축은행 사태 이후 바뀐 법규와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지만 관련 지표는 악화일로다. 여기에 관리 가능하다며 한동안 강한 자신감 드러냈던 정부, 정부 대책에 불만을 토로하며 엇박자를 내고 있는 저축은행의 행보까지 ‘저축은행 사태’ 이전의 분위기와 유사하다.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던 당국은 최근에서야 부동산 PF 대출을 구성하는 브리지론·본PF 잔액, 연체율 통계, 토지담보대출 잔액·연체율 등을 공개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PF 연체율은 지난해 말 대비 4.30%포인트 상승한 11.26%를 기록했다. 브리지론 연체율(14.00%)과 본PF 연체율(10.89%)은 모두 두 자릿수대였다. 특히 저축은행의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대비 10%포인트 이상 급등한 20.18%에 달했다.
그 사이 당국이 내놓은 정책은 어설픈 결과로 이어졌다. 부실사업장에 대해 신속한 재구조화와 경·공매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은 최초 입찰가가 대부분 원금 수준으로 책정, 유찰이 거듭되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당국의 압박으로 저축은행 중심으로 조성된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는 허점을 노출했다. 1·2차에 걸쳐서 조성된 정상화 펀드의 구성을 뜯어 보니 출자한 저축은행과 부실채권을 매각한 저축은행의 80% 이상이 일치했던 것. 부실한 PF 대출채권을 일시적으로 펀드에 넘기고, 시간이 지나 다시 싼 값에 해당 채권을 재매입하는 자전거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부동산 PF-저축은행으로 이어지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9월부터 시작된다. 당국은 저축은행을 포함한 모든 금융사로부터 받은 유의(C)·부실우려(D)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정리 계획을 검토해 8월 말에 확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말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직후 부동산 PF 부실이 핵심 이슈로 재부각된 점을 고려하면 9개월 만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는 대내외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단 1개월 만에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번에도 중동 정세 불안, 미국 경기침체 우려,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 등 대내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임철영 경제금융부 차장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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