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우니 매장 안으로 들어오세요"…역대급 폭염과 물가에 '이중고' 맞은 전통시장

이서희 2024. 8. 21.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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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너무 더워요. 반찬은 냉장고에 있으니 안으로 들어오세요."

20일 오전 서울 동작구 한 전통시장 반찬 가게 앞에는 큼지막한 글씨로 안내 문구가 적혔다.

이곳에서 10년째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최모씨(52)는 "날이 워낙 더워서 반찬을 밖에 내다 놓고 팔지 못한다"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유인하고 있지만 매장까지 들어오는 손님은 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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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1포기 1만2000원
일주일 사이 25% 상승

"날씨가 너무 더워요. 반찬은 냉장고에 있으니 안으로 들어오세요."

20일 오전 서울 동작구 한 전통시장 반찬 가게 앞에는 큼지막한 글씨로 안내 문구가 적혔다. 불볕더위에 양산을 쓰고 지나가던 행인들은 얼른 더위를 피하려는 듯 잰걸음으로 매장 앞을 지나쳤다. 이곳에서 10년째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최모씨(52)는 "날이 워낙 더워서 반찬을 밖에 내다 놓고 팔지 못한다"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유인하고 있지만 매장까지 들어오는 손님은 적다"고 말했다.

기록적인 열대야와 이로 인한 물가 상승으로 전통시장 상인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올해 긴 장마와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른 데다 무더위에 손님 발길까지 끊기며 피해가 컸다며 내달 추석이 가까워지면 차츰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최고기온 36도를 찍은 이 날 전통시장은 그늘막 하나 없이 불볕더위에 노출됐다. 매대에 채소와 과일 등을 꺼내 놓고 장사하던 상인들은 "크고 알찬 과일이 맛도 좋다"며 지나가던 행인들을 붙잡았지만 손에 검은 비닐봉지를 든 사람들은 잠시 멈추더니 매대를 그대로 지나쳤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비와 햇볕을 가리기 위한 용도로 지붕이 설치된 가게 밑에만 손님들이 몰렸다.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최길례씨(82)는 "날이 너무 뜨거우면 손님들이 전통 시장보다 에어컨이 있는 대형마트로 가려고 한다"며 "올해는 예년보다 훨씬 더워서 그런지 지나가는 사람은 많아도 멈춰서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이 적다"고 전했다.

20일 오전 서울 동작구 한 전통시장에 있는 채소 가게에서 상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서희 기자]

무더위에 손님이 끊긴 전통시장은 물가 상승까지 '이중고'를 맞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긴 장마와 역대급 폭염으로 배추, 상추, 깻잎 등 엽채류 채소와 부추, 고추 같은 노지 채소까지 주요 품목의 가격이 오르면서 시민들이 지갑을 닫으면서다.

21일 한국물가정보 전통시장 가격 정보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배추 1포기(4㎏) 가격은 1만2000원으로 일주일 새 25%, 지난달과 비교해 50% 올랐다. 풋고추(33%), 상추(25%), 깻잎(20%), 시금치(14%) 가격도 일주일 새 크게 뛰었다.

전문가들은 폭염 등으로 출하량이 줄어 최근 농산물 가격이 뛰고 있지만 내달 중엔 예비 물량이 풀리면서 가격이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8월엔 재배 면적 감소, 폭염의 영향으로 출하량이 줄어 상추와 배추 등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며 "한동안 고물가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내달 추석이 다가오면 아직 산지에서 출하하지 않은 성수기 대비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가격도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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