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지지연설 오바마 등판…‘무명’ 오바마 도우며 이어온 ‘20년 동지’

김형구 2024. 8. 21.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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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락 오바마(오른쪽)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022년 4월 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건강보험개혁법 관련 행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탁월한 연설가로 잘 알려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20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원사격에 나선다.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연방 상원의원 출신으로 시카고가 정치적 기반인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민주당 대통령,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지지해야 하는 이유와 11월 5일 대선 투표일까지 11주 동안 민주당 앞에 놓인 과제를 제시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는 최소한 3개월 동안 준비해 온 연설을 통해 해리스에 ‘보답’할 것이라고 그의 한 측근이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이번 연설을 계기로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각별한 정치 인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소식을 들은 해리스는 그날 가까운 사람들 100여 명과 통화했는데 남편 더그 엠호프를 비롯한 가족이 1ㆍ2순위였고 그 뒤를 이어 오바마가 세 번째 또는 네 번째 통화 대상이었다고 NYT가 전했다. 이후 오바마는 해리스의 러닝메이트 선정을 포함한 정치적 메시지와 인선 과정에 핵심 조언을 해 왔다고 한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및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해리스 ‘후보직 계승’ 알린 3·4순위 오바마”


두 사람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바마 당시 상원의원의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으로 있던 해리스가 도움을 줬다. 이후 둘은 백인들이 주류를 장악한 미 정치권에서 서로에게 위안과 의지가 되는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빠르게 가까워졌다고 한다. 둘은 같은 흑인 정치인이라는 점 외에도 혼혈 가정 출신으로 부모 이혼 뒤 모친 손에서 성장기를 보냈고 법학을 공부한 뒤 정치권에 입문했다는 점 등 비슷한 배경을 가졌다.

해리스는 2008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전 국무장관) 대세론’이 강했을 때도 당시 중앙 정치 무대에서는 ‘무명’에 가까웠던 언더독 오바마 편에 섰다. 오바마가 클린턴을 누르고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꿰찬 뒤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마저 꺾고 대통령에 취임하자 해리스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선거에 출마했다. 당시 해리스 선거를 도운 브라이언 브로코는 “해리스에게 빛을 비춰주는 ‘오바마 후광’이 있었다”고 NYT에 말했다.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해리스를 두고 “너무나 똑똑하다”며 자랑스러워했고 측근들에게 해리스의 능력과 강인함을 칭찬하곤 했다고 한다.

2013년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해리스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해리스를 치켜세우다 “그녀는 훌륭하고 헌신적이며 강인하다. 또 이 나라에서 가장 잘생긴 주(州) 법무장관이기도 하다”고 ‘외모 평가’를 해 구설에 오른 일도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오바마는 해리스에게 사과했는데, 해리스는 당시 오바마 발언에 화를 내지 않고 넘어갔다고 한다. 해리스 법무장관 재임 당시 보좌관으로 있었던 길 듀란은 “해리스는 오바마가 친구를 칭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미국 조 바이든(왼쪽)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오른쪽) 전 대통령이 2022년 4월 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건강보험개혁법 관련 행사에서 악수하는 모습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바마, 주요 고비마다 해리스 전폭 지지”


이후로도 두 사람은 가끔 통화를 하고 식사를 함께하며 끈끈한 정치적 동지 관계를 이어왔다. 오바마는 해리스가 2016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때 지지를 표명했고, 2020년 대선에서 해리스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됐을 때도 전폭적인 지지의 메시지를 냈다.

현재 해리스를 가까이서 보좌하는 측근 중에 이른바 ‘오바마 사람들’도 여럿 있다. 2008년 대선 때 오바마 부인 미셸 오바마의 대중 이미지 구축 및 리스크 관리를 맡았던 스테파니 커터는 1년 전부터 해리스의 일을 돕고 있다. 해리스 선거 캠프 핵심 인사들도 최근 오바마 선거 베테랑들 위주로 채워졌다. 오바마가 치른 두 번의 대선에서 수석 전략가로 활동했던 데이비드 플루프가 전략담당 수석 고문으로 합류했고,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풀뿌리 조직 전략가로 일한 미치 스튜어트는 경합주를 담당하는 수석 고문이다. 여론조사를 담당했던 데이비스 바인더도 해리스 캠프에서 여론조사와 전략 기획을 맡고 있다.

20년 정치적 동지로서 협력해 온 두 사람은 이제 다시 한번 ‘최초’의 기록에 도전한다.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기록된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어 최초의 여성ㆍ흑인ㆍ아시아계 대통령에 도전장을 낸 해리스에 오바마가 우군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해리스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오바마는 자신의 8년 재임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며 막후에서 해리스의 국정 운영에 힘을 보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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