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제한 인증서 만들라는 서울시 VS 완충도 안전하다는 현대차

최대열 2024. 8. 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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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율 90% 넘으면 아파트 주차장 출입 제한"
서울시 추진 정책에 현대차 기술 논거로 반박

인천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에서 불이 나 큰 피해를 보는 사고가 나자 서울시에선 ‘전기차 90% 충전 제한’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배터리를 꽉 채워 충전하는 게 화재 원인으로 위험하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

새로 추진하는 정책이 실효성을 갖도록 자동차 제작사가 인증서를 발급해주는 내용도 정책에 포함됐다. 전기차 소유자가 전기차를 판 제작사에 요청할 경우 90%로 충전 제한을 적용했다는 ‘충전제한 인증서(가칭)’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파트 거주민이 지켜야 할 규칙을 담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다음 달 말까지 개정하겠다는 구체적인 구상을 내놨다. 관리규약 준칙이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자기 단지에 적용할 규약을 만드는 데 참고하는 표준이다.

14일 오전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던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충전 구역에 녹아내린 전기차 충전기가 보이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각 아파트 단지에서 자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지만 이번 90% 충전 제한에 대해선 서울시 차원에서 직접 권고하거나 준칙을 바꾸기 전에 입주자대표회의 차원에서 먼저 도입하도록 지원하는 등 꽤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공영주차장 등에서 관리하는 공공 충전기는 아예 충전율을 80%로 제한하기로 했다.

시는 "목표 충전율은 전기차 소유주가 언제든 설정할 수 있지만 자율적 의지에 맡길 수밖에 없어 90% 제한이 적용됐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거나 관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전기차 사용자는 물론 완성차 회사, 전문가 사이에선 이러한 대책을 두고 부정적인 견해를 잇달아 내놨다. 서울시가 "많은 전문가가 화재 예방, 내구성능·안전 증가에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곤 했으나 뚜렷한 근거 없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현대차·기아는 20일 참고자료를 내고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책의 잘못된 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전기차를 완충하더라도 실제 배터리에 추가로 충전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두도록 애초 설계했다는 점을 들었다.

배터리 화재 주요 요인과 배터리 안전 설계 이미지[사진제공:현대차그룹]

삼원계(NCM) 배터리는 g당 275㎃h를 담을 수 있다. 배터리 제조사는 이보다 낮은 g당 200~210㎃h만 쓰도록 설계한다. 여기에 전기차 제작사 역시 추가로 여유를 둔다. 내비게이션 화면에서 100%라고 쓰여 있더라도 실제 배터리를 꽉 채워 충전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에서 사용 가능 용량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여유 공간은 더 생긴다. 배터리 팩을 이루는 수많은 셀 가운데 전압 편차가 생기면 이를 줄이기 위해 셀 밸런싱 제어작업을 한다. 이때 가장 적은 용량이 남은 셀을 기준으로 한다. 배터리 용량 이상을 넘겨 충전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나 이중, 삼중 안전장치로 이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충전량이 화재 규모나 지속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으나 내부 물리적 단락이나 쇼트 발생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아니다"며 "배터리 화재는 제조불랑, 외부 충돌 등에 의한 내부 물리적 단락으로 높은 전류가 흐르고 열이 발생하는데 이때 화학물질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산소나 가연성 부산물로 발화가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도 최근 취재진과 만나 "충전율과 화재는 관련이 있지만 지배적인 원인은 아니다"며 "100% 충전이라는 게 굉장히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배터리 전문가인 윤원섭 성균관대학교 에너지과학과 교수가 지난 16일 수원에서 연합뉴스 취재진과 만나 최근 인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충전량을 80~90% 이상으로 하지 않는 게 배터리를 오랜 기간 양호한 상태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 과거부터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현대차 역시 이번 화재 사고가 불거지자 전기차 충전율을 차주 스스로 제어하는 기능이 있다는 점을 알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90% 인증서를 발급하거나 주차장 출입을 막는 식의 대책이 마구잡이식으로 추진되자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현대차는 서울시가 충전율 제한 대책을 내놓자 다양한 채널로 부정적인 견해를 서울시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아파트에서 실제 충전율 제한을 강제할 경우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기차 판매업체는 완충 상태를 기준으로 항속거리를 알리고 있다. 재산권을 침해한다거나, 제작사가 보상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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