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나 한번" 엉덩이 만진 국대감독 무죄 깨졌다…2심의 반전

최서인 2024. 8.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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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한 대학병원 출입구에 휠체어가 놓여있다. 뉴시스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팀 전 감독이 경기보조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전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팀 감독 A씨(54)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합숙훈련 중이던 2020년 8월 17일 새벽, 전남 해남군 숙소 주차장에서 경기보조원 20대 B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이날 술자리가 파한 후 취한 상태에서 B씨를 손을 잡아끌며 “데이트나 가자. 부탁 하나 하자”“뽀뽀나 한번 하자”라고 말하고, 손바닥으로 엉덩이 등을 두드리듯이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1심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B씨가 사건 발생 직후 쓴 탄원서 내용과 법정 진술 내용이 서로 다르다”며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다. B씨가 탄원서에서는 선수들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린 게 17일 아침이라고 썼는데, 법정에서는 합숙훈련 막바지인 21일 술자리에서 피해 사실을 말했다고 하는 등 앞뒤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1심 법원은 B씨와 선수들의 단체 대화방 등을 근거로 “A씨와 선수들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B씨와 선수들은 A씨가 징계처분을 받아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바라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선수 C씨가 “합숙훈련 해산 전날 B씨와 다른 선수들이 ‘A씨를 성추행범으로 엮어서 감독직에서 내리자’고 말했고, 카카오톡으로도 관련 대화를 했다”고 증언한 점이 받아들여졌다.

또 A씨가 휠체어 장애인으로서 손이나 팔 부위가 상대방 허리나 골반 부위로 손이 갈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추행의 고의 없이 ‘가라’는 의미에서 밀치거나 두드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뒤집고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B씨 진술의 주요 내용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며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추행 피해를 알린 시기가 엇갈리는 점은 전체적인 신빙성을 깰 정도의 모순은 아니라고 봤다. B씨가 일부 선수에게는 17일에 “A씨와 안 좋은 일이 있었다” 정도로만 설명하고, 구체적 피해는 21일자 술자리에서 말했다고 한 점 등이 인정됐다.

선수들끼리 “피해 사실을 17일에 들은 것으로 하자”며 말을 맞춘 채팅 내용에 대해서도 “21일 술자리가 외부에 알려지면 징계받을 가능성이 있어 그렇게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선수들은 실제로 결국 음주 사실이 알려져 징계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또 “성추행범으로 엮으려 했다”는 C씨의 증언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C씨는 법정에서 “무엇을 음해한 것인가” 등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했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C씨가 실제 사건에 대해 잘 모르면서 채팅방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토대로 이같은 인상을 받았던 것이라고 봤다.

1심에서 A씨에게 무죄가 선고된 후 또 다른 한 선수는 “성추행이 있었던 것처럼 꾸미기로 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선수는 A씨에 대한 무고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사실 진술서는 A씨가 무서워서 작성한 것이고, 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진술서 초안을 모두 A씨가 제공했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내용을 보면, 대화 참여자들이 A씨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나 A씨가 B씨를 성추행한 사실이 없음에도 허위로 그 사실을 꾸며내자는 내용은 발견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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