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가능 도시' 유행어로 일본 쇼크…정부 아닌 민간단체가 왜
일본에선 국가 중대사와 관련해 경제계를 중심으로 민간 단체를 결성해 정부에 제언하곤 한다. 인구전략회의가 대표적인 사례다.
인구전략회의의 전신은 일본창성회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대지진으로부터의 부흥'을 위해 그해 5월 발족했다. 일본창성회의 활동 중 가장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온 것은 마스다 보고서(2014년)다. 일본창성회의 내 워킹 그룹을 마스다 히로야(増田寛也) 현 일본우정사장(전 총무상)이 좌장을 맡으면서 붙은 이름이다.
보고서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2010~2040년까지 30년 사이 20~39세의 젊은 여성들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지방자치단체를 추려 ‘소멸 가능 도시’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전국 약 50%에 달하는 896개 지자체가 이름을 올렸다. 일본창성회의는 이들 지자체에 ‘소멸 가능 도시’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그해 새 유행어 대상에 올라갈 정도로 일본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민간 주도 쇼크 요법”
마스다 리포트는 왜 ‘소멸 가능도시’를 들고나왔을까. 마스다 우정사장은 지난 1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아이를 낳을지 말지는 자유 의사로 결정하는 것이지만 정부가 한다면 비판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가 주도해 출산장려에 나서는 것은 옛 군국주의 잔재란 부정적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인구 감소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앞장서 출산율을 높이자고 나서기 어려우니 민간 주도로 위기감을 호소하는 ‘쇼크 요법’을 썼다는 설명이다.
마스다 보고서 발표 10년을 맞아, 일본창성회의 후신으로 인구전략회의가 발족했다. 지난해 7월 경제계와 노동계, 인구문제 전문가와 지방자치단체장 등 총 29명이 모였다. 의장은 미무라 아키오(三村明夫) 일본제철 명예회장. 마스다가 부의장을 맡았다.
지난 1월 인구전략회의는 ‘비전 2100’ 보고서를 기시다 총리에게 직접 전달하고, 4월엔 지난 10년간의 지자체의 변화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다. 소멸 가능한 지자체로 이름을 올린 지역은 744곳으로, 239곳이 소멸 가능성 도시에서 벗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인구 감소 기조는 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인구전략회의는 도쿄 등을 ‘블랙홀형 지자체’라며 새 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인구 유입이 많지만 출생률 자체는 낮은(작년 도쿄도 0.99)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인구전략회의 보고서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소멸 가능 도시로 언급되는 기초단체장들의 반발이 대표적이다. 또 젊은 여성의 인구 추이만을 기준으로 지역의 소멸 가능성을 추산하는 것에 대해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도쿄=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onuki.tomok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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