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줄었는데…"진단 2주만에 사망도" 여전히 독한 '암중의 암' [달라지는 암 지도]

신성식, 장주영, 채혜선 2024. 8.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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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담도암센터 박형민 전문의가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치료 경과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국립암센터

인접해 있는 간·췌장·담도는 '침묵의 장기'다. 암이 생겨도 초기엔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나란히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암 7·8·9위(2021년)이다. 5년 상대 생존율도 16~39%로 전체 암 평균(72.1%)보다 매우 낮다.

간암은 B형 간염 백신의 영향으로 20년째 발생률이 줄고 있다. 그러나 담도암과 췌장암은 난공불락의 성처럼 생존율에 변화가 크지 않다. 게다가 조기에 찾아내기도 어렵다.


간암, 백신 효과로 45% 감소…알코올·비만 환자는 증가


박모(41)씨의 어머니는 10년 전 간암으로 사망했다. B형 간염이 원인이다. 박씨 역시 B형 간염 보균자다. 어머니 뱃속에서 수직감염 됐다. 그는 매일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약을 먹고,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를 한다. 어머니는 생전에 "몹쓸 병을 물려줘 미안하다"며 자책했다고 한다. 박씨는 "어머니가 무슨 죄가 있느냐. 약을 빼먹지 않고 먹고, 철저히 금주하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간암의 5년 생존율은 39.3%다. 대한간학회의 간질환백서(2021년)에 따르면 최근 10년(2010~2019년) 간암의 발병 원인 61%가 B형 간염이다. 다음으로 알코올성 간질환(16%), C형 간염(15%), 비알코올성 지방간(5%) 순이다. B형 간염 백신은 1980년대 후반 보급됐다. 이후 태어난 세대에서는 B형 간염 보균자를 찾기가 어렵다.

백신 효과는 간암 발생 추이로 확인된다. 간암 환자는 2001년 1만3824명에서 2021년 1만5131명으로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건 노인 인구가 늘면서 증가한 것으로 보일 뿐, 인구 변화 요인을 제거하고 따지면 20년 새 줄었다. 인구 10만명당 환자수(연령표준화 발생률)가 2001년 51.4명에서 2021년 28.5명으로 약 45% 줄었다. 20년새 거의 절반으로 감소한 것이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80년대 중후반 예방접종 전만 해도 국민의 10%가 B형 간염 보균자였고 수십 년 뒤 암 환자가 됐는데, 지금은 접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B형 간염과 달리 음주나 비만으로 인한 간암은 늘고 있긴 하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간 이식 환자를 보면 8~9년 전만 해도 B형 간염으로 간암에 걸린 경우가 80%였지만, 최근엔 50% 이하로 줄었다"며 "반면 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인한 간암 환자가 10% 미만에서 30~35%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 비만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간암의 주요 원인이 됐다. 한국은 이런 경우가 아직 많지는 않지만 조금씩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담도암은 10년째 난공불락…췌장암 생존율은 소폭 상승


5년 전 엄해윤(57)씨는 참을 수 없는 가려움으로 밤잠을 설쳤다. 동네 피부과에 갔더니 가려움이 문제가 아니었다. '황달기가 있다'면서 내과로 가라고 했다. 내과에서 혈액 검사를 하더니 큰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다. 엄씨는 한 달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담도암 2기 진단을 받았다. 수술 후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까지 마쳤다. 현재는 건강한 상태를 유지 중이다. 엄씨는 "평소에 술을 입에 대지 않았는데 암이라고 해서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엄씨는 운이 좋은 경우다. 담낭 및 기타 담도암의 생존율은 10년째 29%에 머문다. 난공불락의 성 같다. 발생자는 2001년 3430명에서 2021년 7617명으로 늘었다. 다만 연령 표준화 발생률은 2021년 인구 10만명당 14.8명으로 20년 전(14.8명)과 비슷하다. 담도는 간 안쪽에서 여러 줄기가 모여 내려와 췌장을 지나 십이지장으로 이어진다. 인접 장기가 많아 조기 진단과 치료가 어렵다. 지난해 5월 60대 A씨는 말기 간내 담도암 진단을 받고 4개월 만에 사망했다. A씨의 지인은 "진단 2주 만에 뇌졸중이 와 쓰러졌고 깨어나지 못하고 중환자실에서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암이 뇌졸중을 유발했다고 들었다"며 "자각 증세가 없어 미리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윤유석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담도암은 효과적으로 수술할 수 있는 환자가 극히 적다. 해부학적으로 워낙 복잡하고 진행이 많이 된 상태에서 암이 발견된다"면서 "수술을 해도 재발이 잘 되고 효과적인 항암제가 아직 뚜렷한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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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은 담도암보다 더 어렵다. '암중의 암'으로 불린다. 환자가 2001년 2786명에서 2021년 8872명으로 늘었다. 연령 표준화 발생률도 같은 기간 인구 10만명당 11.6명에서 16.7명으로 늘었다. 다만 5년 생존율은 11%(2015년)에서 15.9%(2021년)로 소폭 올랐다. 그래도 생존율이 가장 낮다. 정규원 국립암센터 암등록감시부장은 "췌장암 중에 신경내분비종양 같은 상대적으로 덜 독한 암 환자가 늘어 생존율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그런 환자를 빼면 여전히 생존율이 10%가 채 안 된다"고 말했다.

신상현 삼성서울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담도암이나 췌장암은 모두 치료가 까다롭고 어렵다"면서 "다만 췌장암이 치료 약 조합(병용 투여) 등의 관련 연구가 더 많다. 담도암에도 쓰는 약이 있지만, 획기적인 약이 아직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장주영·채혜선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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