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에 줄줄이 걸린 티셔츠… 여성의 연대가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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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가 작품이 될 때'(2019) 등 미술 에세이로 독자층을 확보하며 미술과 문학을 넘나드는 박보나(47) 작가의 개인전 '휘슬러스'가 열리고 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번 작업이 탈성매매여성 지원단체 '윙'을 통해 그들을 만난 개인적 경험이 계기가 됐다고 했다.
2011년(34세) 미술 작가로 늦은 삶을 시작했지만 이듬해 뉴욕의 뉴뮤지엄에 초대받는 저력을 보였다.
"좋은 작가는 미술사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화나 조각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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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우정을 내쉰다’ ‘순서대로 한명씩’ ‘마음을’ ‘천천히’ ‘문지르다 마음이’….
‘태도가 작품이 될 때’(2019) 등 미술 에세이로 독자층을 확보하며 미술과 문학을 넘나드는 박보나(47) 작가의 개인전 ‘휘슬러스’가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갤러리조선의 지하 전시장에 들어서면 후줄근한 면티가 마른빨래처럼 걸려 있다. 티셔츠마다 문장이 수놓아져 있다. 그 문장을 이으면 시가 된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번 작업이 탈성매매여성 지원단체 ‘윙’을 통해 그들을 만난 개인적 경험이 계기가 됐다고 했다. 윙 70주년 행사에 참여해 휘파람 불기 등의 워크숍도 했다. 그 과정에서 여성끼리의 연대와 우정에 대해 새삼 돌아보게 됐다. ‘휘파람 부는 법’(2023)이란 제목의 시도 지었다. 작가는 친한 친구들에게서 받은 헌 옷에 그 시를 수놓았다. 신작 영상 ‘휘휘파파’는 친구에게 쓴 편지를 누군가는 귀엣말로 읽어주고 누군가는 들은 대로 말하는 모습을 담았다.
작가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낡은 티셔츠가 아니다. 낡은 티셔츠에 수를 놓으며 맡는 친구의 냄새, 우정 같은 보이지 않는 가치다. 또 언어와 논리를 넘어 귓속말을 주고받을 때 느끼는 친밀감이다.
박보나는 퍼포먼스로 이름을 알린 작가다. 전통적인 조형예술과 거리가 먼 작업을 하는 것은 개인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대학에서 영문과를 졸업한 뒤 뒤늦게 미술 실기를 전공했다. 그러곤 영국 골드스미스대학으로 유학을 다녀왔다. 2011년(34세) 미술 작가로 늦은 삶을 시작했지만 이듬해 뉴욕의 뉴뮤지엄에 초대받는 저력을 보였다. 당시 선보인 것이 퍼포먼스다. 전시를 위해 그림자 노동을 하는 도슨트, 목수, 경비원 등이 작가가 그들을 위해 준비한 음식 재료가 든 볼품없는 비닐봉지를 들고 개막식에서 들고 다니는 퍼포먼스였다.
“좋은 작가는 미술사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화나 조각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서는 처음으로 회화를 내놓아 변신을 시도했다. 윙에서 손바닥 안에 숨긴 것을 맞추는 게임을 하고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 손 모양을 추상의 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형식은 추상 회화지만 그 속에 담긴 것은 우정이다. 9월 22일까지.
글·사진=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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