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섬情談] 영화의 위기, 문화의 위기
영화산업 위축·질저하 반복
퇴출 전에 돌파구 찾게 해야
최근 대한민국 최고 배우 한 명의 인터뷰 내용이 화제다. 영화 입장권 요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말을 꺼내 논쟁이 된 것이다. 삼계탕이 3만원, 냉면이 2만원에 육박하는 지금 인상된 영화 입장권 1만5000원이 적당하다는 의견과 더 많은 관객 유치를 위해선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본격적으로 맞서고 말았다. 이러한 논쟁의 바탕엔 최근 한국 영화의 기록적인 흥행 침체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걸 보게 된다. 그리고 한국 영화의 침체를 떠올리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본격화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지금은 위세가 다소 축소되거나 조정 국면이라지만 OTT가 가져온 구독 경제의 힘은 여전히 막강하다. 글로벌 OTT와 더불어 국내 OTT까지 가세한 콘텐츠의 응집력이 심상치 않은 기세인 것만은 틀림없으며, 당분간 이 기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맞물려 자연스럽게 영화 시장의 위축과 위기를 논하는 얘기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이제는 오래된 일이지만 한국 영화의 고사를 막기 위한 스크린 쿼터 도입을 말할 때도, 대형 멀티 플렉스 출범 때도 한국 영화의 위기는 늘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이후 한국 영화 시장에 찾아온 전반적인 침체는 OTT의 잠식과 더불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태의 심각함으로 다가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처음에 언급한 영화 입장권 가격 인상과 더불어 더는 사람들이 볼거리를 쫓아 굳이 영화관을 찾지 않는 현실이 일상화되고 있다. 월 1만원 정도만 투자하면 볼거리가 풍부하고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 선택이 가득한 시청의 편리함을 지닌 OTT를 두고 굳이 영화관을 찾지 않으려는 것이 미디어 소비 유행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문제는 악순환이다. 영화산업 전체가 위축되는 현상은 영화의 질적 저하와 직결된다. 영화 시장의 투자가 이전처럼 활발하지 않은 환경에서 배우, 감독, 작가들이 영화판보다는 OTT 드라마 제작 환경으로 옮겨가는 게 현실이다. 이 냉정한 현실은 결국 양질의 영화 생산을 가로막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언제나 그렇듯 콘텐츠는 볼거리와 연결된다. 하지만 영화 매체는 여전히 영상 예술의 가치를 지녔다. 영화는 빠른 유행 변화와 말초적 재미의 자극에만 기대기 어려운 예술 매체란 특징을 가진 것이다. 그러므로 영화가 분출해내는 볼거리는 늘 그랬듯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의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계속해 왔다.
‘볼 만하다’로 대표되는 콘텐츠의 기원은 무엇일까. 분명 재미만은 아닐 것이다. 콘텐츠는 사람답게 살아가는 보편타당한 이야기에 관한 원초적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이 경우 영화는 위기와 동시에 볼거리에 관한 보다 궁극적인 사유와 성찰을 지원하는 매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영화가 콘텐츠의 일부로 계속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상생의 구조를 다양하게 제시, 논의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OTT의 본격화로 인한 콘텐츠의 패러다임 전환은 막을 수 없다. 언제나 그렇듯 볼거리에 관한 욕망은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영화는 늘 위기와 기회의 경계에서 고민해 왔다. 경계의 아슬아슬함을 품은 상황에선 근본적인 요소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콘텐츠는 언제나 사람에 관한 이야기, 그 생명력을 담보한다는 사실 말이다. 2시간 안팎의 예술인 영화는 생명력의 분출에 있어서 여전히 유효한 전달 도구이기에 위기의 시대에도 적절한 돌파구와 자생력을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누군가는 묻는다. 영화가 지금의 매체 생태계에서 도태된다면 자연스럽게 퇴출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러기 위해 영화 입장권 인하를 비롯해 필요하다면 OTT 일부로 흡수되는 것도 고려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매체 생태계는 말 그대로 문화다. 문화는 쓸모없으면 버리고 쓸모가 넘치면 키우는 적자생존이 아니다. 영화를 비롯한 예술 전반에 관한 보다 입체적인 접근과 관심이 필요한 지금이다.
주원규 소설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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