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전문의 중심 병원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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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대학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표면적으로는 이 방안이 더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 바라보는 전문의 중심 병원은 실체조차 불분명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대학병원은 '전문의 중심 병원'이 아니고 '전공의 중심 병원'이었을까.
내년에는 전문의 배출이 평소의 10% 수준에 그칠 전망인데 누구를 데리고 전문의 중심 병원을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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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대학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표면적으로는 이 방안이 더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 바라보는 전문의 중심 병원은 실체조차 불분명하다. 이 논의의 문제점은 병원의 진료체계 개선보다 전공의들의 근무시간 단축을 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이다.
과거 전공의들은 주당 100시간 넘는 근무도 했지만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근무시간이 80시간으로 제한됐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이 담당하던 업무를 대신할 의사가 필요해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의 중심 병원’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특히 올해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사태로 이 논의가 더욱 급박해졌다. 정부는 이를 올해 의료 사태의 해결책인 것처럼 제시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전공의 부족을 전문의들이 메워주길 바라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대학병원은 ‘전문의 중심 병원’이 아니고 ‘전공의 중심 병원’이었을까. 사실상 지금까지도 병원은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됐다. 국내 의료 시스템은 적은 비용으로 많은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전문의를 다수의 전공의가 보조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일상적 진료 업무는 전공의가 담당하며, 중요한 의사결정과 핵심적 진료는 전문의가 맡는다. 이는 진료 비용이 낮게 책정된 국내 의료 환경에서 저비용 고효율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국내 병원은 해외보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중증 환자를 효율적으로 치료할 수 있었다. 필자가 연수를 했던 미국의 소아암 병원에서는 비슷한 규모의 환자를 진료하는데, 전문의 수는 국내의 다섯 배 이상이었고 전공의보다 많은 진료보조 간호사가 전문의를 지원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숙련도가 낮은 업무나 체력을 소모하는 진료 업무를 고비용의 전문의들이 맡는다고 해서 의료의 수준이 높아질까. 전공의들이 이러한 일을 담당하는 이유는 수련 과정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전문의가 된 후에도 이런 업무를 계속하기 위해 수련을 받는 것이 아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전문의 중심 병원은 마치 장교 중심의 군대를 만들겠다는 것과 유사하다. 사병 없이 장교와 부사관만으로 군대를 구성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또한 전문의 중심 병원은 엄청난 비용을 요구한다. 많은 진료 업무가 노동집약적이고 시간 소모적이어서 능숙한 전문의라 하더라도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으로 주 80시간을 근무하던 전공의들을 주 40시간 근무하면서 정상적인 임금을 받는 전문의와 진료보조 간호사로 대체하려면 인건비가 몇 배로 증가할 것이다. 물론 전공의 수련 환경에는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비용 구조를 받아들이려면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고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료진은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하고, 환자들은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질 낮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 당장 눈앞에 닥친 더 큰 문제는 전문의 수급의 절벽이다. 내년에는 전문의 배출이 평소의 10% 수준에 그칠 전망인데 누구를 데리고 전문의 중심 병원을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상을 파악하지 못하면 허상을 쫓게 될 뿐이다. 단 일주일만이라도 진료 현장을 경험해 본다면 현재 의료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논의되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얼마나 공허한지 알게 될 것이다. 병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정한 의료 개혁을 위해서는 탁상공론이 아닌 현실에 기반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고경남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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