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명' 막은 김두관 "개딸 야유 안 섭섭해…9월 김경수 볼 것" [강찬호의 뉴스메이커]
김두관 전 국회의원 - 골리앗 이재명에게 맞선 민주당 ‘비명’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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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명 맹공으로 들러리 의혹 벗어
12% 얻어 이재명 90% 득표 막아
개딸들 야유 ‘다양성’ 여기며 완주
호남 낮은 투표율은 당 위기 증거
」
‘김동연·김경수’ 거론만 해도 개딸 야유
Q : 17개 지역을 돌며 유세할 때마다 개딸들에게 야유를 받았는데요.
A : “‘내가 대표가 되면 김동연·김경수 등 인재들이 용광로처럼 경쟁해 대선에 나가는 당을 만들겠다’고 하면 꼭 야유가 쏟아져요. 너무 시끄러워서 뭐라 그러는지 들리지도 않아요. 이재명 외에 딴 사람 거론 자체를 거부하는 거죠. 그래도 ‘우리 당 수준이 이렇습니까’ 받아치면 손뼉 치는 분들이 있긴 하더군요. 저는 ‘당신의 말에 동의할 수 없지만, 당신이 그 말을 할 권리를 지키는 데는 목숨을 걸 수 있다’는 볼테르의 말을 좋아합니다. 야유도 ‘다양성’의 하나로 보니 섭섭하지는 않았어요.”
Q : 개딸들에 맞서 조직을 동원할 생각은 없었나요.
A : “의원 세 분이 돕겠다는 연락을 했는데 ‘마음만 받겠다’고 했죠. 지금 당 분위기에서 저를 지지한다는 게 쉽지 않으니 그런 겁니다. 박용진, 강병원 전 의원은 ‘정말 어려운데 고생하신다’고 연락이 왔어요. ‘비명횡사’를 당해 고생하는 건 그분들인데, 고마웠죠.”
Q : 권리당원 최종 투표율이 42% 선에 그쳤습니다.
A : “막판까지 투표율이 30%가 안 됐어요. 그러자 마지막 이틀 동안 전국적으로 ARS 전화 조사 공세를 펼쳐 42%가 나온 거죠. 그래도 국민의힘 투표율 46%에 못 미쳤어요. 민주당은 원래 역동적인 당이고 야당인데도 여당에 뒤진 거죠. 경고음이 울린 겁니다.”
Q : 국민의힘은 ‘반윤’ 한동훈이 대표가 됐는데요.
A : “대통령 임기가 3년 남았는데도 여당 지지층 63%가 ‘찐윤’ 원희룡 대신 반윤 한동훈을 선택했어요. 정권 재창출 의지가 엄청난 거죠. 가벼이 볼 일이 아닙니다. 2012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과 자신을 차별화한 박근혜가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지 않았나요. 2년 전 대선도 저쪽(여당)은 외부인사 윤석열을 밀고 안철수까지 품어 이겼는데, 우리는 안철수는커녕 심상정마저 안지 못했어요. 집권 뒤 논공행상 싸움 날까 봐, 아니면 단독으로도 이긴다는 오만 때문에 뺄셈 대선 치렀다가 패했어요. 지금도 민주당은 1극 사당으로 가고 있으니 악몽이 재연될까 걱정입니다.”
“이재명, 정봉주 1등 참지 못했을 것”
Q : 친명들은 당원들이 선택한 결과일 뿐 ‘사당화’가 아니라는데요.
A : “그럴수록 소수 의견을 경청해야 하는데, 당헌·당규 맘대로 고치고 경선에서 나오기 마련인 비판의 목소리를 ‘내부총질’이라 하니 문제죠. 총선 공천에서 강병원·박용진·고영인 등 비명들을 ‘횡사’시킨 게 진짜 내부총질 아닌가요. 부산 경선 때 당원들이 ‘국민의힘이 민주당 같고 민주당이 국민의힘 같다’는 말을 많이 하더군요. 이번 전대에 만일 이재명 후보가 안 나왔으면 나랑 김지수 후보만 나왔겠습니까? 이재명은 전당대회 나오는 대신 대선에 대비해 정책을 개발하고 법원에 출석하는 게 적절했는데….”
Q : 민주당은 총선 압승을 했지만 PK(부산·경남·울산)에선 재미를 못 봤습니다.
A : “부산의 최대 현안이 산업은행 이전인데, 서울이 지역구인 김민석 의원이 정책위 의장된 뒤 일성으로 ‘이전 불가’라고 했죠. 이재명 대표도 올 초 부산에서 테러를 당한 뒤 1급 부산대 외상센터 대신 헬기로 서울대 병원 갔잖아요. 그 때문에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에 따른 반정부 민심도 날아갔어요. 게다가 민주당은 PK에 바람을 일으킬 전국적 스타를 투입하지도 않았어요. 또 PK가 현 정부에 실망한 건 사실이지만, 잘한 것도 없는 민주당이 PK가 선택한 윤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하니 지역의 거부감이 커져 여당으로 결집한 거죠. 당초엔 200석까지도 갈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큽니다.”
Q : 전당대회에서 호남 투표율이 최하위인 것도 눈에 띄는데요.
A : “내 최다 득표율이 호남(15%)이에요. 고향인 경남에선 11%이었습니다. 반면 투표율은 호남이 가장 낮았죠. 핵심 지지층이 등을 돌린 거예요. 총선 때도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 비례는 조국혁신당)’ 물결이 가장 센 곳이 호남이었는데, 전당대회도 같은 선상인 거죠. 그래선지 당 지도부는 여론조사 응답자를 민주당 지지자와 무당층에 한정했어요. 조국혁신당과 정의당 등 지지층은 뺀 거죠. ‘지민비조’가 드러날까 봐 그런 거예요. 당에 항의했지만 마이동풍이었어요.”
Q : 최고위원 경선 1등이던 정봉주 후보가 ‘명팔이’ 발언 뒤 6등으로 떨어져 탈락했습니다.
A : “이 대표로선 팬덤 많고 자기 생각도 있는 정봉주가 수석 최고위원이 되는 게 불편했겠죠. 대신 확실하게 친명을 자임한 김민석의 1등 당선을 바랐을 겁니다. 그런데 3등권에 머무르니 ‘왜 표가 안 나오냐’고 메시지를 줘 순식간에 1위로 끌어올린 거죠. 이에 정봉주가 불공정을 지적하면서 반발한 건데, 개딸들 보기엔 ‘역린’을 건드린 거죠.”
“‘살인자’에 ‘전현희 당선’ 감 와”
Q : 전현희 후보도 김건희 여사를 ‘살인자’라고 한 직후 2위가 됐죠.
A : “그 말 듣고 바로 감이 오던데요. ‘당연히 당선되겠다’는… 일반 국민은 과도하다고 여기겠지만,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윤 대통령을 하루빨리 탄핵하고 대선을 치르고 싶으니 그런 말에 환호하는 거예요.”
Q : 친명 조직인 ‘혁신회의’를 향해 ‘하나회가 연상된다’고 맹공했는데요.
A : “당 외곽 조직의 하나일 뿐인데, 공천을 좌우하는 시·도당 위원장이 6명이나 나왔어요. ‘지방선거 생각 있으면 혁신회의 들어와야 한다’는 말이 돌면서 현역 의원도 44명이나 가입했죠. 이건 (혁신회의 들어와야 친명 인증된다는) 압박이거든요. 당직을 친명으로 채운 이 대표가 당내 최대 계파까지 만들고 있는 거예요. 85% 넘는 지지로 대표가 됐지만, 여전히 자신의 계파에 안 들어온 이는 못 믿겠다는 거죠. 육사 출신들도 못 믿고, 하나회여야 믿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요.”
Q : 지난달 중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방문했는데.
A : “드러내놓고 제 편을 들어주신 건 아니지만, 출마에 큰 의미를 부여해주셨습니다. ‘어려운 결단을 했다. 당신이 안 나갔으면 당도, 이 대표도 힘들었을 거다’고 하시더군요.”
Q : 지난 4년간 국회의원 시절엔 ‘친명’ 아니었나요.
A : “2년 전 대선 때 이재명이 경쟁력 있다고 보고 지지했죠. 그가 계양 보궐 선거에 출마했을 때나, 내가 원내대표 출마했을 때도 친명 쪽에 섰습니다. 그런데 그가 대표 2년 하는 것 보니 너무 독선적이에요. 총선 공천도 그렇고요. 지난해 9월 검찰이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던졌을 때 의원들에게 부결을 요구하는 대신 ‘자유 투표에 맡긴다’고 했으면 지금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지존’이 됐을 겁니다. 나야 부결표를 던지긴 했지만 말이죠. 이런 이유로 이재명 독주에 단 1%라도 반대가 있다는 걸 알리려고 전대에 출마한 거죠. 다른 유력 주자들은 패배가 두려워 안 나갔지만 나는 다르거든요. 이재명 1극 체제에 논란을 일으킨 점에서 존재를 증명했다고 생각해요.”
Q : 10월 선고될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과 위증교사 1심에 대해 ‘당내에서 쉬쉬하지만 실은 걱정이 많다’고 했는데요.
A : “하나라도 유죄가 나오면 이 대표가 온통 신경을 써야 하니 당연히 리더십이 흔들릴 거고요. 윤석열 정부에 마음을 돌린 국민이 70% 라지만, 1심이라도 유죄를 받은 후보가 확실하게 이겨 정권을 빼앗아올 보장이 없는 점도 당으로선 문제죠. 그래서 한 얘깁니다.”
Q : 앞으로의 거취는요.
A : “당의 정권 탈환에 기여할 길을 고민할 겁니다. 2년 뒤 지방선거는 후배들에 길을 열어주고 싶어요. 난 벌써 14년 전 경남지사를 했으니까요. 9월에 독일 가볼까 하는데, 마침 복권된 김경수가 거기 있다니 기회 되면 만날까도 생각합니다. 난 과거 독일에 1년 넘게 있으면서 연합정치의 우월성을 경험했기에 연정론자예요. 그런데 4·10총선 때 이재명 대표는 비례대표를 병립형으로 선출하려 했어요. 비례대표 18석을 대표가 다 정하겠다는 얘기죠. 그래서 내가 연동형 선출방식을 강력히 주장하며 의원 100명의 서명까지 받았는데 몇 명이 이 대표 눈치 보고 빠져 95명에 그쳤죠. 그래도 덕분에 준연동형으로 절충이 이뤄졌습니다. 그거 안 했으면 민주당 175석 절대 못 얻었을 겁니다.”
Q : 전당대회 끝난 뒤 의원들 위로 전화 오던가요?
A : “19일 아침에 박지원 의원이 ‘못 도와줘서 미안한데 고생하셨다’고 전화를 걸어왔어요. 사실 그분이 도와준 건 없어요. 방송에서 ‘김두관의 출마를 말렸다’고 했는데 내겐 안 좋았던 코멘트죠. 이건 실은 (이 대표에) 신호를 주는 거죠. ‘22대 후반기 국회의장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당신을 이렇게 돕고 있으니, (친명) 조정식으로 미리 (후반기 의장을) 정해놓지 말라’는.”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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