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 졸업생 진료면허제 도입 검토… 의료계 강력 반발

졸업 직후 진료 보거나 개원할 경우
환자 안전 보장 안 된다는 이유 들어
의협 “직업 자유 침해… 혼란 극심할 것”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연합뉴스

정부가 의과대학 졸업 후 수련 과정을 거쳐야만 진료를 보거나 개원할 수 있도록 하는 ‘진료면허제(가칭)’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임상 경험을 쌓지 않고 진료를 보는 현행 제도에서는 환자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는 사실상 수련을 강제해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의료인력 전문위원회 논의 과정을 설명했다. 앞서 전문위에서는 의료법 제정 당시 도입된 의사면허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현행 제도에서는 의대 6년 과정을 졸업한 뒤 의사 면허를 발급받은 일반의가 곧바로 개원해 환자를 볼 수 있다. 앞으로는 임상 수련과 연계한 진료면허 도입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강슬기 복지부 의료인력혁신과장은 “변호사도 합격 후 6개월간은 수임을 제한하는 부분을 고려했을 때 의사도 독립진료에 대해 고려가 필요하다. 의대 교육 과정만 이수하고 바로 독립 진료를 하거나 개원할 경우 환자 안전이 우려된다는 점은 의료계에서도 많이 나왔던 지적”이라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사면허를 발급받은 후 곧바로 일반의로 근무하는 비율은 2013년 12%에서 2021년 16%로 크게 늘었다. 이런 경향은 강해지고 있다. 강도 높은 연속 근무를 하며 병원 ‘허드렛일’까지 담당하는 전공의 수련 과정을 밟는 대신 곧바로 개원해 피부·미용 등 비필수 분야에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강 과장은 “영국과 일본, 미국 등에서도 의대 졸업 후 추가 수련을 거쳐야만 독립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진료면허제 도입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방식 역시 면허제로 할지, 자격제로 할지 등에 대해 추후 논의를 거친다는 계획이다.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진료 면허제도는 헌법상 직업 수행의 자유와 신뢰 보호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의료체계에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2월 1일 ‘필수의료 패키지’에서 비급여 진료를 제한하는 ‘혼합진료 금지’와 함께 진료면허제와 유사한 내용의 ‘개원면허제’를 발표했다. 의료계 반대 여론이 거셌지만 정부는 의료 쇼핑을 막고 환자 안전을 줄인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복지부는 의료계 반발을 의식해 “의협이 진료면허제를 비판하는데 정부는 수련 혁신이나 투자 강화를 통해 수련다운 수련이 되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이뤄지는 전공의 수련 시스템을 종합병원 등 다양한 기관과 협력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코로나19 환자가 응급실로 몰리는 상황에서 일부 지방 응급의료기관이 인력 부족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자 복지부는 조속히 정상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통령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의사 집단행동 장기화 여파로 진료 제한이 발생한 응급의료기관은 전체 1.2%”라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 환자의 95% 이상은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 이하이기 때문에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할 수 있다는 게 복지부 판단이다. 복지부는 또 공공병원에 야간·주말 발열 클리닉을 운영해 코로나19 경증환자를 이송시키기로 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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