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계륵이 된 공공배달앱
고전 『삼국지연의』가 낳은 고사성어 중 하나는 ‘계륵(鷄肋·닭갈비)’이다. 촉나라 군주 유비와 한중 땅을 놓고 싸우던 위나라 승상 조조가 ‘암호’를 묻는 하후돈에게 ‘계륵’이라고 대답한 데서 나왔다. “이겨서 한중 땅을 얻어도 이득이 크지 않고, 포기하자니 아깝다”는 속내가 담긴 말이다.
요즘 지자체들에겐 공공배달앱이 ‘조조의 한중 땅’ 같은 존재일 거다.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거창한 계획과 함께 탄생했지만, 생각보다 효과가 미미해서다. 그렇다고 사업을 접기엔 아쉽고, 유지하자니 투입되는 예산이 걸린다. 딱 ‘계륵’ 그 자체다.
공공배달앱이 처음부터 천덕꾸러기였던 건 아니다. 2020년 3월 전북 군산시가 공공배달앱 ‘배달의 명수’를 처음 선보였을 땐 “획기적”이라며 전국이 들썩였다. 이후 각 지자체가 우후죽순처럼 공공배달앱을 내놨다. 한때 출시된 공공배달앱 수가 30여개에 달할 정도였다.
민간 배달앱(6.8~12.5%)보다 낮은 1~3%대의 수수료는 소상공인들의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배달 수요가 급증하고, 재난지원금으로 지급된 지역 화폐로도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난해 팬데믹이 종료되고, 민간 배달앱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원조 ‘배달의 명수’는 연간 36만건에 달하던 주문 건수가 지난해 19만여건으로 반 토막이 났다. 2021년 월간 이용자 수가 60만명을 넘겼던 경기도 ‘배달특급’도 지난해 이용자가 26만명대로 급감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1년 사이에 10개가 넘는 공공배달앱이 사라졌거나,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몰락의 배경은 ‘세금’이다. 경기연구원이 2022년 발간한 ‘경기도 배달특급의 쟁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는 공공배달앱의 문제점 중 하나로 “세금으로 중개 수수료와 이용자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이용자가 많을수록 재정 부담이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이채영 경기도의원(국민의힘·비례)은 “배달특급의 이용자 수는 꾸준히 감소하는데 매년 60억원에서 120억원이 관련 예산으로 투입되고 있다”며 “차라리 그 예산을 복지 사각지대에 사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런 지적은 개발 당시에도 나왔다. “앱 구축과 유지, 관리, 보수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고, 민간업체들이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한 상황에서 공공개발앱이 경쟁력이 있느냐”는 우려에도 각 지자체는 출시에 급급했다. 여기에 비싼 배달비와 홍보 부족 등 부실한 사후 관리는 시민들의 외면을 가속했다.
최근 공공배달앱이 민간 배달앱의 횡포에 맞설 대항마로 다시 부각되자 각 지자체는 활성화 대책을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더는 ‘계륵’ 취급을 받지 않도록, 공공배달앱의 경쟁력·자생력을 키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모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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