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고 ‘엉엉’…3살 여아, 오빠들과 눈물의 상봉 [아살세]

박은주 2024. 8. 2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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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었어요. 도와주세요."

지난달 14일 오후 2시45분쯤 경기도 평택시 안중읍의 한 편의점 앞.

A양의 첫째 오빠는 휴대전화로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동생을 찾았다"고 전하는 등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나중에 상황을 살펴보니 오빠들은 애초 A양과 함께 놀다가 잠시 A양만 두고 집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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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들 찾으러 나왔다가 길 잃고 헤매
주민·경찰 덕분에 가족 품으로
지난달 14일 경기도 평택시 안중읍의 한 편의점 앞에서 길을 잃은 세 살 여아가 행인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길을 잃었어요. 도와주세요.”

지난달 14일 오후 2시45분쯤 경기도 평택시 안중읍의 한 편의점 앞.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세 살배기 A양이 길을 지나가던 중년 여성 2명에게 도움을 청했다. A양은 큰오빠(11)와 작은오빠(8)를 찾으러 나왔다가 길을 잃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여성들은 우선 더위에 지친 A양을 편의점으로 데리고 들어가 직원을 통해 112에 신고했다. A양에게 음료수를 사준 뒤 경찰이 올 때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잠시 뒤 평택경찰서 안중파출소 소속 윤진형 경사와 한태희 경위(현 송탄지구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윤 경사는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먼저 A양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파출소로 이동했으나, 지문이 등록돼 있지 않아 아무런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윤 경사는 “처음엔 당황했지만 아이를 보호자에게 인계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 편의점 앞으로 돌아가 순찰을 시작했다”며 “어린아이라 집에서 멀리 오지 않았을 것 같았다.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윤 경사의 예상과 달리, A양의 집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A양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10여분쯤 골목 곳곳을 다녀도 집은 나오지 않았다. 윤 경사는 “아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며 “나중에 찾고 보니 편의점은 아이의 집과 700~800m쯤 떨어져 있었다. 도보로는 꽤 걸리는 거리”라고 설명했다.

A양의 손을 잡고 골목을 순찰 중인 경찰관.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윤 경사와 한 경위는 A양이 지나치게 땀을 흘리는 것을 우려해 다시 순찰차로 이동, 이번에는 차를 타고 골목을 순찰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남자아이가 순찰차를 향해 손을 흔들며 뛰어왔다고 한다. A양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어, 오빠다!”라고 소리쳤다.

순찰차를 발견하고 손을 흔드는 A양 오빠.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순찰차 안에서 다시 만난 세 남매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A양의 첫째 오빠는 휴대전화로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동생을 찾았다”고 전하는 등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윤 경사와 한 경위는 세 남매를 파출소로 데려갔고, 급히 달려온 세 남매의 아빠에게 아이들을 안전히 인계했다.

나중에 상황을 살펴보니 오빠들은 애초 A양과 함께 놀다가 잠시 A양만 두고 집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당시 집에 엄마는 없었고, 야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아빠만 있었다. 그러나 아빠가 깜빡 잠든 사이 A양이 오빠들을 찾아 집 밖으로 나온 것이다. 잠에서 깬 아빠가 아들들에게 전화해 A양이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됐고, 삼부자는 깜짝 놀라 A양을 찾아 나섰다.

윤 경사는 “A양이 오빠들과 만났을 때 나 또한 크게 안도했다”며 “A양 아버지에게 지문 등록에 대해 안내하고 그 자리에서 등록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아동의 지문, 사진, 인적사항 등을 사전에 등록하는 ‘지문 등 사전등록’ 제도를 활용하면 실종 시 보호자를 신속하게 찾을 수 있다. 가까운 경찰서에 방문하거나 ‘안전 DREAM’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등록이 가능하다. 윤 경사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14세 미만 아동이 있는 가정 등은 지문 등록을 필수적으로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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