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중국·일본·대만의 진격…신진서 ‘외로운 싸움’
2024 삼성화재배 세계바둑 마스터스 통합예선이 코로나로 중단된 지 5년 만에 오는 26~31일 재개된다.
장소는 왕십리 한국기원. ‘통합예선’은 재미있고 격정적이다. 32강이 겨루는 본선보다 더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러나 이번 통합예선은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한국의 기세가 주춤한 가운데 중국 파워가 어느 때보다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예선전 인물 중에 커제라는 이름이 첫눈에 들어온다. 삼성화재배 최다(4회) 우승자인 커제가 시드를 못 받고 예선에 출전했다. 얼마 전 중국랭킹 1위로 복귀했다가 최근 6위까지 밀렸다지만, 중국엔 정말 실력자가 많다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그러고 보니 2위의 양딩신 이름도 있다.
중국 신예 3인방 왕싱하오, 투사오위, 진위청도 출전했다. 왕싱하오는 응씨배에서 신진서를 꺾었고 진위청은 중국리그에서 연전연승해온 스타다. 응씨배 결승전을 치르고 있는 셰커, 세계 챔프인 판팅위와 미위팅, 당이페이 등등. 정상급은 시드를 받는다. 따라서 ‘예선전=허리싸움’이 그간의 상식인데 이들의 면면은 당장 결승전에 나서도 손색없는 이름들이다.
한국은 148명+아마추어 12명. 중국은 62명. 일본 41명. 대만 17명. 출전 선수는 한국이 월등히 많다. 전력은 중국이 월등히 강하다. 이름 없는 한국 젊은 기사들의 분전이 요구된다.
지난해 삼성화재배에서 중국은 준결승에 3명이 올라와 딩하오가 우승했다. 이들 3명은 올해 시드를 받았고 국가 시드는 랭킹 1위 리쉬안하오와 7위 구쯔하오가 받았다. 구쯔하오는 신진서와 란커배 결승전을 치르는 중이다. 신진서를 꺾는 데 힘을 보태고자 구쯔하오에게 시드를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 최강자 신진서를 향해 3중 4중의 포위망을 치고 있다. 본선 32강에 많이 올라갈수록 포위망은 강해진다. 그들은 3년 안에 반드시 신진서를 꺾겠다고 장담했고, 그걸 실현하기 위해 대국료도 없는 예선전부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신진서는 외롭다. 한국바둑의 상위는 이름표는 거의 그대로인 채 순위만 바꾸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문민종(12위)과 한우진(22위) 등 신진들은 아직 멀리 있어 신진서의 짐을 나누지 못한다. 신진서 1인의 힘으로 세계를 굴복시킨 한국바둑은 신진서가 숨고르기를 하자 갑자기 팽이가 멈춘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 판국에 일본과 대만도 조금씩 힘을 내고 있다. 국수산맥에서는 대만의 라이쥔푸가 신진서를 꺾고 깜짝 우승했다. 일본의 이치리키 료는 응씨배 결승에 오르더니 셰커에게 2연승을 거뒀다. 응씨배 첫 우승까지 1승 남았다. 일본이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나고 한 수 아래로 치부되던 대만바둑이 힘을 내는 건 바둑을 위해 바람직하고 환영한다. 문제는 우리다. 신진서의 뒤를 이을 스타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채 중국 신예들을 대거 맞이했을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5년 만에 재개되는 통합예선은 그간 변화된 판도를 숨김없이 보여줄 것이다.
한국은 랭킹 1~5위까지 시드를 받았고 6위 강동윤은 중국의 장웨이제, 자오천위, 펑리야오 등이 몰린 10조에서 싸운다. 9위 김지석은 중국의 스웨, 렌샤오 등과 격돌한다. 한국 신예 중 최고 랭커 문민종(12위)은 중국 최강 신예 왕싱하오(5위)와 같은 조다. 원성진(11위)과 커제, 양카이원, 투사오위가 속한 6조는 죽음의 조다.
통합예선은 여자 2명, 시니어 2명을 따로 뽑고 올해 재개되는 ‘월드 조’에서도 1명을 뽑는다. 월드 조는 바둑의 세계화를 돕고 바둑의 미래를 준비하는 씨앗 뿌리기. 동남아와 유럽·남미에서 총 14명이 출전한다. 말레이시아의 퀴송희(13세)는 협회의 추천으로 시드를 받았고, 최연소 선수인 베트남의 지앙비엔민(12세)은 자비로 출전한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신진서가 란커배 결승 1국에서 구쯔하오를 꺾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2국은 오늘(21일). 신진서가 살아야 한국바둑이 산다.
박치문 바둑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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