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잊으려 한잔? 여름철 물놀이사고 사망 5명 중 1명은 ‘음주 수영’

정종훈 2024. 8. 2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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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세종시 나성동 일대 휴가철을 맞아 음주단속을 하고 있는 경찰의 모습. [연합뉴스]

직장인 김모(39)씨는 이달 초 가족들과 지리산 계곡으로 짧은 휴가를 떠났다. 계곡을 찾은 다른 피서객도 대부분 가족 단위였다. 김씨는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고 간단히 과일 등을 나눠 먹었다. 하지만 일부 피서객은 맥주를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물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는 “계곡 수위가 어른 허리 정도로 아주 깊지는 않았지만, 취한 상태로 수영을 해도 괜찮을지 옆에서 보기에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올여름 강한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위를 잊으려고 또 잠을 취하려고 습관적으로 술잔을 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휴가철 과음을 하고 무심코 음주수영·음주운전 등을 했다간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절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세청·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9년 8.81L에서 2021년 8.07L로 줄었던 20세 이상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2022년 8.44L로 뛰었다. 주류 출고량도 비슷하다. 2019년 연 355만527㎘에서 2021년 323만916㎘로 떨어졌지만, 2022년엔 336만3211㎘로 회복됐다. 월 1회 이상 과음하는 술자리를 갖는 월간 폭음률 역시 2021년 35.6%에서 2022년 37.4%로 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줄었던 술 소비와 과음 행태가 다시 돌아온 셈이다.

김주원 기자

이처럼 음주가 늘면 각종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야외 활동이 잦은 여름 휴가철이 취약한 시기로 꼽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여름(6~8월)에 발생한 물놀이 안전사고의 절반이 8월에 집중됐다. 이 기간 사망자 136명 중 22명(16.2%)은 음주 수영이 원인이었다.

한창우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술을 마신 뒤 수영 등을 무리하게 하면 과도한 맥박수 증가와 혈압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는 심장에 상당한 부담을 주어 심장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또 “취하면 이성적 판단이 둔화돼 위험한 상황에 제때 대처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름에는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 생기는 교통사고도 잦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2년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휴가 시즌인 여름(6~8월, 3794건)과 각종 모임이 잦은 연말(10~12월·4106건)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음주운전 피해도 크다. 같은 해 전체 교통사고 건수의 7.7%가 음주 사고였고, 이로 인해 2만4000여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술을 많이 마시면 여름철 건강 관리에도 경고등이 들어온다. 특히 열대야에 잠을 청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습관은 ‘독’이 될 수 있다. 잠이 들어도 숙면을 취하기 어렵고, 비만을 유발해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다.

한창우 명지병원 교수는 “술을 마시고 잠들면 중간에 자주 깨게 된다”며 “술이 처음엔 수면 (유도) 효과가 있다 해도 금방 내성이 생긴다. 같은 효과를 얻으려면 점점 더 많은 술을 마시게 돼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여름철 안전사고와 질병을 예방하려면 생활 속 절주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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