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표회담 생중계” 야당 “이벤트냐 불쾌”…첫 협의 무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독 회담을 위한 실무협의가 20일 무산됐다. 닷새 앞으로 다가온 회담의 의제 설정을 위한 일종의 기 싸움이란 평가다.
이해식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오늘 오후 3시쯤 실무협의를 하기로 했는데, 그 전에 갑자기 ‘전체 회담 과정을 생중계하자’는 기사가 나왔다”며 “(국민의힘이) 협의되지 않은 내용을 미리 툭 던지듯이 언론에 내보내는 건 예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한 대표가 회담을 정치 이벤트 정도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상당히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상황을 여당이 수습한 뒤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양당에 따르면 실무협의는 21일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시(오는 25일 오후 3시)까지 못 박은 11년 만의 여야 대표 회담을 무산시키는 것은 여야 모두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대표 비서실장은 “민주당의 ‘불쾌하다’는 말은 지나친 표현”이라면서도 “내일 일정을 조정해 실무협의를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공개 회담 제안 방침은 박 실장의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흘러나왔다. 박 실장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이 동의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오픈해서 (회담) 하면 어떨까 제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개 회담은 평소 일대일 토론에 자신감을 내비친 한 대표가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라고 한다. 그는 이달 초에도 민주당에 민생 현안에 대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은 “공개적으로 토론하자는 것이면 굳이 이렇게 (회담) 할 이유는 없다”(조승래 수석대변인)며 일단 부정적인 입장이다. 다만 순직 해병 특검법 등 여권 내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현안이 의제로 올라올 가능성이 큰 만큼 민주당이 용산 대통령실과 한 대표, 친한계와 친윤계의 간극을 벌리기 위해 공개 회담 제안을 전격 수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이날 이해식 실장은 실무 협의 무산 입장을 밝히면서도 ‘공개 회담’ 자체에 대해선 “실무 회의 때 다룰 수 있다”고 했다.
의제를 둘러싼 장외 신경전도 치열했다. 한 대표가 제안했던 ‘제3자 추천 방식’의 순직 해병 특검법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던 민주당은 이날 “‘제보 공작’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넣을 수 있다”며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민주당의 태도 변화에 국민의힘은 “여권 내부를 분열시키려는 것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한 대표 제안을 수용한다던) 민주당이 위헌적 요소가 강한 세 번째 특검법을 발의한 것 자체가 많은 여당 의원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했다. 박정하 실장은 “한 대표가 당 대표가 된 이후 몇 가지 중요한 계기들이 있었다”며 “변해 있는 상황에 따라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결과에 맞춰서 말씀을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그러면서 민주당이 의견 합치를 못 이루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같은 민생 현안을 의제로 요구할 방침이다. 정쟁 중단과 정치개혁 안건도 의제 논의 테이블에 올리기로 했다. 박 실장은 “민주당의 안건 제안도 굳이 거부할 것 없이 다 받아들여서 같이 논의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게 우리 생각”이라며 “가급적 열린 회담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정·강보현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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