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타자수' 99세 할머니 '1만505명 살인 방조' 유죄
제2차 세계대전 마지막 2년간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타자수로 일한 99세 할머니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독일 연방법원은 이날 살인방조·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름가르트 푸르히너(99)의 항소를 기각하고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푸르히너는 1943년 6월부터 1945년 4월까지 슈투트호프 강제수용소에서 파울 베르너 호페 사령관의 비서 겸 타자수로 일했다.
검찰은 그의 업무가 조직적인 집단학살을 도왔다고 보고 1만505명의 살인 방조와 5명의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변호인은 당시 18~19세이던 푸르히너가 수용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으며 타자수로서의 일상적인 업무룰 수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푸르히너가 사령관의 서신을 관리했고 수용소 전경이 내려답이는 사무실에서 일한 점 등을 근거로 그가 대량학살을 몰랐을 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독일 단치히(현재 폴란드 그단스크)에 설치된 슈투트호프 강제수용소에는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약 11만명이 수감됐고, 이 가운데 약 6만5000명이 사망했다. 이곳에는 전쟁 포로와 나치의 학살 직전 붙잡힌 유대인들이 포함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우슈비츠로 보내졌다.
푸르히너는 96세였던 지난 2021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체포 영장이 발부되며 '가장 나이가 많은 도주범'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재판에 넘겨진 그는 최후진술을 통해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죄송하다. 당시 슈투트호프에 있었던 걸 후회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라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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