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따라 하면 고배당 가능하지만…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8. 20.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꿩 먹고 알 먹고 배당주 투자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며 안정적인 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한 고배당주를 향한 투자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사모펀드가 투자한 상장사 중 고배당주를 찾아 담는 전략이 눈길을 끈다. 투자금 중간 회수를 위해 배당을 적극 활용하는 사모펀드 특성을 활용한 투자 전략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배당을 많이 준다고 해서 무턱대고 사모펀드 투자 포트폴리오를 따라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인수 후 기업가치를 높여 더 높은 가격에 매각하는 것이 사모펀드의 주된 목적이라는 점을 투자자는 늘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이다.

적자에도 배당 확대

분기배당 ‘꼬박꼬박’

배당금은 회사에 이익이 발생하면 이를 주주에게 나눠 주는 분배금이다. 주가가 떨어져도 일정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배당주는 꾸준한 현금흐름을 원하는 주식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이는 주주가 사모펀드일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출자자에게 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 배당은 투자금을 중간 회수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에 상당수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상장사가 배당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를 최대주주로 둔 에이블씨엔씨와 한샘이 대표적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10월 330억원 규모 중간배당을 실시한 데 이어 기말배당으로 약 41억원을 집행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61억원)의 6배를 웃도는 규모의 ‘통 큰’ 배당이다. 주당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배당수익률은 지난해 말 종가 기준 21%에 달한다. 배당 기준일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주당 21%에 달하는 배당금을 챙길 수 있다는 뜻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올해도 고배당 정책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7월 11일 주당 103원의 분기배당을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총 27억원 규모다. IMM PE가 그동안 추진해온 에이블씨엔씨 매각이 지연된 만큼, 향후 투자금 회수를 위한 고배당 정책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IMM PE의 또 다른 포트폴리오 한샘 역시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힌다. 지난 2021년 IMM PE에 인수된 한샘은 2022년 132억원, 2023년 747억원 규모 배당을 실시했다. 지난 2년간 600억~700억원 규모 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대규모 배당을 실시한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지난해 배당 규모를 대폭 확대함에 따라 주당 배당금은 4500원으로 전년(800원)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22년 1.8%에 그쳤던 배당수익률은 지난해 8.4%를 기록했다. 증권가는 올해 한샘의 배당수익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대다수 증권사가 올해 한샘 배당수익률을 8~9%대로 예상한 가운데, 삼성증권은 10.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한샘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387억원 규모 분기배당을 결정했다.

한앤컴퍼니가 최대주주인 케이카도 대표적인 고배당주다. 지난 2년간 매 분기 91억원씩, 연간 365억원 규모 배당을 실시했다. 2022년과 2023년 모두 벌어들인 순이익을 웃도는 규모다. 케이카는 지난 2022년 304억원, 2023년 28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기간 배당수익률은 6.5~6.6%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올 들어서는 배당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지난 2년 내내 분기마다 주당 배당금 190원과 총 배당금 91억원 수준을 유지했지만 올 1분기에는 주당 배당금 250원, 총 120억원 규모 배당을 결정했다. 2분기에는 주당 배당금 300원, 총 배당금 145억원으로 규모를 더욱 확대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간 약 500억원 규모 배당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난해 대비 37%가량 확대된 수준이다. 이에 따라 배당수익률은 9%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현대엘리베이터 또한 H&Q코리아가 경영에 합류한 뒤부터 배당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는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 최대주주 현대홀딩스컴퍼니에 약 30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후 12월 29일 열린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임유철 H&Q코리아 대표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신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이때부터 배당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올 3월 현대엘리베이터는 주당 4000원, 총 1444억원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전년(199억원) 대비 7배 이상 배당 규모를 늘렸다. 1년 사이 시가배당률은 1.7%에서 8.8%로 높아졌고, 연결 순이익 대비 배당 성향 역시 25%에서 45%로 올라갔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포트폴리오는 고배당이거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주주친화적인 경우가 많다”며 “저평가된 주가를 정상화해 차익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사모펀드와 개인 투자자 목적이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모펀드는 대부분 경영권 인수 시 인수 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며 “배당을 받아 인수 금융에 대한 이자를 충당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배당을 쉽게 줄이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비용 절감 과하면 경쟁력 훼손

상장폐지 가능성 염두에 둬야

사모펀드가 투자한 회사는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다. 기본적으로 사모펀드는 기업이 가치 대비 낮은 가격이라고 판단하면 인수한 뒤 가치를 제고해서 더 비싼 값에 매각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최우선 목표가 ‘밸류업’일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사모펀드 특성상 개인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부분도 상당하다. 사모펀드는 주로 실적 개선을 위해 비용 낭비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등 현금흐름을 극대화하는 데 강점이 있다. 그러나 비용 절감이 지나칠 경우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이 훼손될 우려도 존재한다.

배당도 마찬가지다. 보유 현금을 무리하게 배당하는 것이 오히려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특징은 쉽게 말해 ‘쪼잔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며 “다시 말해 과감히 베팅을 해야 하는 투자나 연구·개발(R&D)에 소극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 금융에 대한 이자 때문에 배당을 필요 이상으로 할 경우에는 해당 기업의 현금흐름이 악화돼 개인 투자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사모펀드가 최대주주 지분을 인수하지 않고 소수 지분을 획득하는 형태로 투자한 경우에는 추후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예를 들어 지난해 코스피에 상장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2대 주주인 블루런벤처스(BRV)의 블록딜 소식이 있을 때마다 주가가 출렁이는 모습을 보인다.

상장폐지 가능성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최대주주 지분을 인수한 사모펀드는 기업 전략을 원활하게 펼치기 위해 이사회 장악을 통한 확실한 경영권 행사를 선호한다. 이에 따라 초기부터 상장폐지를 전제로 인수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만 락앤락, 제이시스메디칼, 커넥트웨이브, 쌍용C&E, 비즈니스온 등 사모펀드를 최대주주로 둔 다수 기업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락앤락은 공개매수를 반대하는 소액주주와 갈등을 겪으며 1·2차 공개매수 실패한 뒤 추가 매수까지 진행 중이다.

이처럼 사모펀드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전략은 명암이 뚜렷하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는 사모펀드의 투자 구조와 기업의 경쟁력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조언이다.

“개인 투자자는 사모펀드의 평균 투자 기간, 핵심 운용역의 교체 여부 등을 유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사모펀드 특성상 제한된 펀드 설정 기간과 잦은 운용역 교체로 최초 투자 시 인력이 회수 시기까지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단순히 자본주의 논리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닌 책임과 사명감을 갖춘 운용사를 찾는 작업이 중요하다. 투자받은 회사의 산업이 구조적 성장 국면에 있는지, 회사의 경쟁력과 중장기 비전은 어떤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

한 IB업계 관계자 조언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3호 (2024.08.21~2024.08.27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