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아모레퍼시픽 어쩌다…
‘K-뷰티’ 대표 주자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지난 8월 6일 ‘어닝쇼크’ 수준 2분기 실적을 공개한 뒤 계속된 하락세다. 8월 6일 16만5800원이던 주가는 8월 9일 종가 11만9000원을 기록, 12만원 선도 붕괴됐다. 이튿날 소폭 반등했으나 8월 13일 다시 11만6900원까지 떨어졌다. 특히 실적 발표 이후(8월 6~13일)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가 눈에 띈다. 각각 715억원, 1558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개인은 2272억원을 순매입했다.
증권가도 눈높이를 줄줄이 낮췄다. 8월 아모레퍼시픽 리포트를 내놓은 10곳의 증권사 중 7곳이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하나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은 20만원 밑으로 내렸다. 가장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키움증권은 기존 22만원에서 17만원으로 22.7%나 내렸다. 중국 사업 부진이 제일 큰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면세 매출 감소 현상이 심화되면서 하반기 반등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법인 비용 리스크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2분기 매출 9048억원, 영업이익 42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시장에서 전망한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1조342억원, 695억원.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컨센서스에 못 미쳤다. 특히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보다 94%나 적다. 그야말로 어닝쇼크(실적 충격)다. 아모레퍼시픽 실적 발표와 동시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영업이익 숫자를 잘못 본 줄 알았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증권가는 원인을 중국 시장에서 찾는다. 중국 시장은 아모레퍼시픽의 핵심 수출국이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이후 내수 시장 셧다운과 궈차오(애국 소비) 열풍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이때부터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 외 지역 경쟁력 확보에 힘썼다. 일종의 ‘글로벌 리밸런싱’ 작업이다. 일단 중국 의존도는 많이 개선한 상태다. 올해 2분기 중화권 매출은 1077억원(매출 비중 약 11%)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쪼그라들었지만 미주와 EMEA(유럽, 중동 등), 기타 아시아 지역 매출은 늘려 상쇄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리밸런싱을 해도 중국 시장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내 판매 채널 효율화와 더불어 더마·선 케어·헤어 케어 등 특정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형태로 중국 시장 사업 재편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인기가 뚝 떨어진 설화수 브랜드 재고 환입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법인 사업 구조 재편을 위해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 효율화 작업을 진행한 결과 매출이 감소했고, 여기에 설화수 직매입 재고 환입 금액 150억원 등이 추가 인식돼 큰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법인은 하반기에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키움증권은 하반기 중국 법인의 적자폭을 700억원으로 예상했다. 조소정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의존도는 개선되는 추세지만, 중국 법인 자체만 보면 사업 재편 속 적자가 발생하는 구조”라며 “올해 2분기 중국 법인 영업손실은 420억원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3분기와 4분기에도 각각 500억원, 200억원의 손실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유커·싼커’ 모두 중저가 선호
국내 매출도 아쉬운 수준이다. 2분기 국내 매출은 51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했다. 특히 면세 판매 부진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면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819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앞으로도 면세 채널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배 애널리스트는 2024년 연간 면세 매출을 3630억원, 2025년 연간 매출을 3190억원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연간 면세 매출(4530억원) 대비 감소폭이 크다.
면세 부진은 면세점 시장 자체 상황과 맞닿아 있다. 과거 면세점 ‘큰손’이던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의 소비력 약화와 외국인의 CJ올리브영 등 로드숍 오프라인 매장 쏠림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실제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설화수 등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은 과거 중국인의 한국 방문 시 필수 구매 아이템 중 하나였다. 하지만 현재는 중국인 사이에서도 젊은 한국인이 많이 쓰는 중저가 화장품 선호 현상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유커 방문객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젊은 싼커(개별관광객)가 상당수인데, 이들은 명동이나 동대문 등 기존 관광지보다 서울 성수동, 홍대 등을 선호하고 로드숍 방문을 추구한다. 이 같은 소비 패턴이 화장품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가 내놓은 ‘중국 MZ세대 소비 패턴과 여행 행태 분석’에 따르면 중국 젊은 층은 백화점이나 면세점을 찾아 쇼핑하는 유커와 달리, 아웃렛이나 로드숍 등에서 ‘실속형’ 쇼핑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알엑스 황금알은 맞는데
“예상보단 아쉬운 실적”
증권가 일각에선 아모레퍼시픽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 핵심으로 꼽히는 자회사 코스알엑스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고, 이게 아모레퍼시픽 어닝쇼크로 이어졌다고 진단한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모레퍼시픽 2분기 실적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자회사 코스알엑스 실적”이라며 “지난 5월부터 실적에 편입된 코스알엑스 매출은 전분기 대비 소폭 감소한 1430억원대,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하락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승은 애널리스트도 “2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기도 하지만,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핵심 판매 채널인 미국 아마존에서 판매 상위권을 유지하던 코스알엑스 뮤신 에센스 제품이 순위권을 이탈한 게 매출 하락의 주요인”이라고 추정했다.
3분기도 실적 개선을 장담하기는 힘들다. 통상 3분기는 아마존 프라임데이와 4분기 홀리데이 시즌을 앞두고 마케팅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영업이익률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이승은 애널리스트는 “올해 코스알엑스 연간 영업이익률은 보수적으로 30%를 추정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률(33%) 대비 소폭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스알엑스는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10월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2021년 코스알엑스 지분 38.4%를 취득하며 잔여 지분 57.6%를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해둔 덕분이다. 2013년 설립된 코스알엑스는 북미 등에서 활발하게 영업 활동을 펼쳐왔다. 2018년 아마존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 입점을 시작해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861억원으로 전년(2043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아마존에 처음 입점한 2018년 연간 매출(365억원)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증가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3호 (2024.08.21~2024.08.27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연이은 배터리 사고...결국 中 LFP 배터리가 수혜? - 매일경제
- 롯데백화점에...한잔에 48만원짜리 커피 등장 - 매일경제
- 역대급 실적 훈풍 타는 조선주…최근 급락에도 주가 ‘이상무’ - 매일경제
- 청소년 SNS 이용 한도 설정...‘SNS판 셧다운제’ 나왔다 [국회 방청석] - 매일경제
- 쿠팡도, 알리·테무도 아니었다···티메프 빈자리 채운 ‘의외의 앱’ - 매일경제
- K조선 과제 들여다보니…중국은 쫓아오는데 인력난 극심 - 매일경제
- 쇠고기 돼지고기 많이 먹을수록 당뇨병 위험 62% 높아진다 - 매일경제
- 여성이 좋아하는 SUV...소형 SUV 셀토스 여심(女心) 장악 [CAR톡] - 매일경제
- 21개 줄여도 123개…‘카카오’ 헤어숍·골프용품 등 사업 철수 - 매일경제
- 부동산 ‘그림자 금융’ 부실…‘셀다운’ 주의보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