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에 실적까지…이젠 통신주의 ‘시간’
경기 둔화 우려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경기 방어주 성격을 가진 통신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그동안 실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주가 상승이 제한적이었지만, 하반기 실적 눈높이가 다시 높아지는 데다 최근 주주환원 정책을 한층 강화하며 ‘밸류업’ 기대감도 키우고 있다.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신사업도 매력적인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SK텔레콤·KT 주가 훈풍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13일 종가 기준 코스피 통신업 지수는 최근 한 달간 4% 상승했다. 이 기간 전체 코스피 업종 지수 중 상승률 3위다. 통신업 지수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업종 지수는 코스피 의약품(8%)과 코스피 200 헬스케어(6%)뿐이다. 코스피 통신업 지수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현대퓨처넷·인스코비 등 통신주 5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특히 SK텔레콤과 KT의 주가 상승세가 가파르다. 이 기간 SK텔레콤은 5%, KT는 6% 상승했다. 올 상반기에는 통신사 실적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횡보하는 흐름을 보였으나, 예상보다 양호한 2분기 실적이 공개되며 투자 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2분기 매출 4조4224억원, 영업이익 537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 16% 증가했다. 매출은 증권사 평균 추정치(4조4428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며, 영업이익은 추정치(5180억원)를 4%가량 웃돈다.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담당하는 엔터프라이즈 부문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데이터센터 가동률이 증가하고, 클라우드 수주가 늘면서 엔터프라이즈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났다.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도 같은 기간 21% 급증했다.
KT도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다. KT는 2분기 매출 6조5464억원, 영업이익 494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나, 영업이익은 14% 감소했다. 증권가 추정치와 비교해도 매출은 유사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추정치(5539억원) 대비 11%가량 낮다. 임금 협상 결과에 따른 일회성 인건비 증가분 644억원을 반영한 영향이다. 이를 제외할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폭은 3% 수준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동전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 성장한 가운데, 마케팅 비용과 감가상각비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영업비용 부담이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과 KT가 양호한 실적을 거두자 증권가는 서서히 하반기 실적 눈높이를 다시 높여 잡는 분위기다.
상반기에는 올해 실적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잇따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증권사가 추정한 SK텔레콤의 올해 영업이익은 1조8429억원이었지만, 지난 6월에는 1조8190억원으로 내려갔다.
KT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1조8137억원에서 1조7355억원으로 낮아졌다. 그러나 증권사가 두 회사 실적 추정치를 최근 상향 조정하며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SK텔레콤이 1조8961억원, KT가 1조7493억원으로 다시 높아졌다.
다만 LG유플러스는 통신주 훈풍에 올라타지 못한 모양새다. LG유플러스는 2분기 매출 3조4937억원, 영업이익 254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매출은 2%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2% 감소했다. 신규 통합전산망 구축에 따라 무형자산상각비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생성형 AI 관련 인력 확대로 인건비도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는 8월 13일 기준 최근 한 달간 3% 하락세를 보였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5세대 이동통신(5G) 산업은 성숙기 초입에 진입했다는 판단”이라며 “마케팅 비용은 절감된 반면 매출은 조금씩이라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사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증시 변동성 확대에도 주가 회복력이 탁월한 상황”이라며 “단, 차세대 전산 시스템 가동으로 올해 상각비 부담이 구조적으로 늘고 있는 LG유플러스의 경우 경쟁사와 다른 주가 패턴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고 덧붙였다.
AI 수익화 여부 지켜봐야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경기 방어주 성격을 지닌 통신주 가치가 더욱 부각된다. 통신은 대표적인 필수재로, 경기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꾸준한 실적이 통신주의 최대 매력으로 꼽힌다. 실제 통신주는 2020년 이후 꾸준히 연평균 10%가량 안정적인 이익 개선세를 보여왔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높은 배당 성향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투자자에게 중요한 대목이다. 배당 성향은 회사가 벌어들인 순이익 중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 비중을 뜻한다. 지난해 말 기준 SK텔레콤(70%), KT(40%), LG유플러스(45%) 모두 40% 이상 높은 배당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10년 평균 국내 상장사 배당 성향은 26%다. 올해부터 KT가 분기배당을 도입함에 따라 통신 3사 모두 중간배당을 실시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주주환원 확대 정책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은 오는 2026년까지 연결 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환원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KT도 조정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에는 자사주 514만주(4.41%)를 소각한 바 있다. LG유플러스도 성장성과 주주환원의 균형을 맞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하반기 중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김준섭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통신 3사 모두 밸류업 공시를 준비 중”이라며 “4분기 전후로 공시가 구체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통신사 성장의 키는 AI를 접목한 신사업이 쥐고 있다. SK텔레콤은 AI 솔루션을 공공·금융·제조 분야에 공급해 연매출 600억원 이상을 기록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KT는 특정 분야에 효과적인 버티컬 AI와 다중 거대언어모델(LLM)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키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 또한 AI 솔루션 기업인 포티투마루에 100억원의 지분 투자를 통해 AI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통신 3사의 AI 경쟁력을 비교하면 SK텔레콤이 우위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SK텔레콤은 B2C(기업 대 소비자) 서비스에서 에이닷을 시장에 연착륙시켰다. 6월 말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460만명에 달한다. 8월 말에는 멀티 LLM 에이전트와 생성형 AI 검색을 탑재한 대규모 업그레이드를 준비 중이다.
글로벌 AI 비서 서비스도 연내 베타버전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B2B 시장에서도 도이치텔레콤·이앤(e&)·싱텔·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통신사와 합작법인 설립 본계약을 지난 6월 체결했다. 이어 7월에는 AI 데이터센터 통합 솔루션 기업인 스마트글로벌홀딩스(SGH)에 2억달러를 투자해 AI 인프라 영역 전반에서 협력키로 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김준섭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통신주 최선호주는 SK텔레콤”이라며 “B2B와 B2C 사업뿐 아니라 AI 인프라 영역에서도 상당히 진척도가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SK텔레콤의 AI 수익화 시점이 경쟁사보다 빠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AI 신사업에 대한 기대보다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에 초점을 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신주에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지난 7월 말 인텔의 실적 발표 후 통신업도 AI 무용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향후 AI에 대한 실망감이 확대될 경우 주가 변동성이 뒤따를 수 있다. 통신주를 향한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배당을 염두에 둔 장기 투자가 바람직하다. 내년 요금제 개편이 이뤄지면 대세 상승기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 따라 한 단계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진단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3호 (2024.08.21~2024.08.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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