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장 "尹 대일정책 실망…옛 일진회 같은 인사들 청산해야"
정부와 별도로 광복절 경축식 행사를 개최했던 이종찬 광복회장이 "대통령 주변에 옛날 일진회(一進會) 같은 인사들을 말끔히 청산하고 존경받는 인사들이 한-일 관계를 풀어나가는 환경을 조성하라"며 정부를 또다시 겨냥했다. '일진회'는 대한제국 말에 일본의 한국 병탄정책에 적극 호응해 그 실현에 앞장선 친일적인 성격을 띤 단체다.
이 회장은 20일 7쪽 분량의 입장문을 내고 "광복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정책에 실망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전전(戰前) 일본과 전후(戰後) 일본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에 책임을 묻는 자세는 없어지고 일방적으로 일본과의 친선 우호만 강조하는 것 같다"며 "이는 국민의 정통성, 정체성, 정신문화, 독립과 역사를 전담하는 기관 수장을 모두 친일적 인사로 채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은 을사늑약 체결 120주년, 광복 80주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으로 한일이 선진적인 관계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며 "그러자면 먼저 대통령 주변에 옛날 '일진회' 같은 인사들을 말끔히 청산하라"고 요구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헌법의 법통이 된 3·1독립선언서에 '조선 건국 4252년'이 명기된 점 등을 나열하며 '1948년 건국론'을 주장하는 뉴라이트 논리는 사실과 완전히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승만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 1904년 시어도어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항의한 사실을 거론하며 대한제국-대한민국 승계를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 '광복회가 정치활동을 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대한민국의 정체성으로 승화시키는 일에 몰두할 뿐"이라며 "정치적이라고 매도하는 자체가 정치적"이라고 반박했다. 광복회는 국가유공자 등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치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 회장은 끝으로 "광복회는 진심으로 한일 간에 해묵은 감정을 해소하고 선진적인 나라 관계로 발전되기를 희망한다"며 "오늘의 이 갈등은 비 온 뒤 대지가 더욱 굳어졌다는 칭송의 소리로 발전되기를 진정으로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이 회장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초청 광복절 행사와 15일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한 바 있다. 대신 광복절 당일 광복회 주최로 경축식을 따로 개최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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