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잊으려 한잔? 여름철 '음주수영·운전' 사고 위험 커진다
직장인 김모(39)씨는 이달 초 가족들과 지리산 계곡으로 짧은 휴가를 떠났다. 계곡을 찾은 피서객 대부분이 가족 단위로, 김씨도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거나 간단히 과일을 나눠 먹었다. 하지만 일부 피서객은 맥주를 여러 병 마시다 곧바로 물속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는 "계곡 수위가 어른 허리 정도로 매우 깊진 않았지만, 옆에서 봤을 땐 취한 상태로 수영해도 괜찮을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올여름 강력한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위를 잊으려고, 잠자리에 들려고 습관적으로 술잔을 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코로나19 유행 당시 주춤했던 술 소비는 반등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휴가철 무심코 과음했다간 음주수영·음주운전 등을 통한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른 인명 피해도 여름에 몰리는 만큼 '절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세청·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9년 8.81L에서 2021년 8.07L까지 줄었던 1인당 알코올 소비량(20세 이상)은 2022년 8.44L로 뛰었다. 주류 출고량도 비슷하다. 2019년 355만527kL에서 2021년 323만916kL로 떨어졌지만, 2022년엔 336만3211kL로 회복됐다. 월 1회 이상 과음하는 술자리를 갖는 '월간 폭음률'은 2021년 35.6%까지 떨어졌다가 2022년 들어 37.4%로 다시 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감소했던 술 소비와 과음 행태가 다시 돌아온 셈이다.
이처럼 음주가 늘면 각종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야외 활동이 잦은 여름 휴가철이 취약한 시기로 꼽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여름(6~8월)에 발생한 물놀이 안전사고의 절반은 8월에 집중됐다. 이 기간 사망자 136명 중 22명(16.2%)은 음주 수영이 원인이었다.
한창우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술을 마신 뒤 수영 등을 무리하게 하면 과도한 맥박수 증가와 혈압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심장에 상당한 부담을 주면서 심장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면서 "또한 취하면 이성적 판단이 둔화하면서 위험한 상황에 제때 대처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술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 생긴 사고도 연중 여름부터 늘어나는 양상이 뚜렷하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2년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휴가 시즌인 여름(6~8월·3794건)이 각종 모임이 잦은 연말(10~12월·4106건)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음주운전이 초래하는 피해도 매우 크다. 2022년 전체 교통사고 건수의 7.7%가 음주 사고인데, 이 때문에 발생한 사상자만 2만4000여명에 달한다.
술을 많이 마시면 여름철 건강 관리에도 경고등이 들어온다. 특히 열대야에 잠을 청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는 습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잠에 빠져도 숙면을 취하기 어렵고, 음주·야식에 따른 비만을 유발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식이다.
한창우 명지병원 교수는 "술을 마시고 잠들면 중간에 자주 깨게 된다"면서 "술이 처음엔 수면 (유도) 효과가 있다 해도 금방 내성이 생긴다. 같은 효과를 얻으려면 더 많은 술을 마시게 되기 때문에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여름철 안전사고와 질병을 예방하려면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절주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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