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손절, 살길 찾는 큐익스프레스…피해자들 “자구안 못 믿겠다”
큐텐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글로벌 물류업체 큐익스프레스가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재무적 투자자(FI)인 사모펀드(PEF) 연합이 구영배 큐텐 대표가 갖고 있는 큐익스프레스 경영권 인수에 나서면서다. 큐익스프레스가 티몬·위메프 사태에서 확실히 발을 빼고 나서며 구 대표가 발표한 자구계획의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다.
독립 나선 큐익스프레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큐익스프레스의 FI들은 구 대표 대신 최대주주에 올라서기 위해 교환사채(EB)·전환사채(CB) 등을 보통주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큐텐과 구 대표의 지분을 희석시키고 FI들이 지분 과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경우 큐텐(66%)과 구 대표(29%)가 보유한 큐익스프레스의 지분율은 50% 미만으로 줄어든다.
큐익스프레스는 최근 이사회에서 나스닥 상장 추진을 중단하기로 하고 사명 변경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그룹을 떠나 외부 고객사 영업을 통해 독자 생존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큐익스프레스는 지난달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큐텐그룹 관계사의 정산 지연 사태는 사업과 직접적 관련이 없고 그 영향도 매우 적다”며 “자사 물동량의 약 90%는 해외 물량”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PEF 연합은 경영 정상화 후 상장 대신 경영권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멀어지는 티메프 자구안
피해자들은 구 대표가 해외자산과 큐익스프레스의 지분율을 여전히 공개하고 있지 않다며 큐익스프레스의 독립 시도는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했다. 신정권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앙일보에 “큐익스프레스가 독립하더라도 큐텐과 구 대표가 보유한 큐익스프레스의 지분을 매각해 변제 대금을 마련하면 되는 것”이라며 “구 대표가 사재를 털어 사태 해결 의지를 보이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이어 “티몬과 위메프는 구체적인 변제 계획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현실성 없는 자구안을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티몬·위메프와 채권단의 다음 ARS 회의는 오는 30일에 열릴 예정이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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