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사자' 바람이 딸, 청주동물원 새 식구 됐다…아빠 보자 포효

'갈비사자' 바람이의 딸 사자가 20일 오후 청주동물원 격리방사장에 들어온 뒤 휴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 제1호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된 충북 청주동물원이 갈비사자로 불렸던 바람이(20)의 딸을 새 식구로 맞이했다.

경남 김해의 부경동물원이 폐쇄되며 강원 강릉의 쌍둥이동물농장에서 임시 보호되던 암사자(7·이하 딸 사자)는 20일 건강검진을 받은 뒤 무진동 특수차량에 실려 아빠 바람이가 있는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졌다.

케이지 사이로 취재진에게 모습을 드러낸 딸 사자는 4시간여에 이르는 장거리 이동 탓에 지친 듯 서너번 길게 하품했다.

딸 사자는 아빠 바람이와 암사자 도도(13)가 지내는 야생동물보호시설 대신 당분간 격리방사장에서 적응훈련을 한다.

딸 사자는 낯선 환경이 당혹스러운 듯 방사장에 들어선 직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내 차분히 내부를 돌아보며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냉풍기 앞에서 열기를 식히고, 식수대에서 나오는 물을 핥기도 했다.

'갈비사자' 바람이의 딸 사자가 20일 오후 청주동물원 격리방사장에 들어와 흙바닥을 거닐고 있다. 연합뉴스

보호시설과 방사장은 분리된 데다 칸막이가 있어 부녀 사자는 처음엔 서로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딸 사자가 방사장 내실로 이동한 후, 보호시설에 있던 바람이와 2m 거리를 두고 마주하게 됐다.

딸 사자는 마치 아빠를 알아보기라도 한 듯 우렁찬 포효를 했고, 바람이는 창살 너머로 딸 사자를 한동안 조용히 바라봤다.

딸 사자는 바람이, 도도와의 근거리 대면 및 교차 방사 훈련을 진행한 뒤, 내년 3월 보호시설에 합사될 예정이다. 올해 11월에는 근친교배와 자궁질환 예방을 위해 중성화 수술을 받는다.

'갈비사자' 바람이와 암사자 '도도'가 20일 오후 청주동물원 동물보호시설에서 함께 놀고 있다. 연합뉴스

부경동물원에 지낼 당시 좁은 사육장 내부를 계속 돌아다니는 등 정형행동을 보여 안타까움을 샀던 딸 사자는 지난 5월 강릉 쌍둥이동물농장으로 이송돼 임시 보호됐다.

부경동물원은 지난해 7월 늑골이 드러날 정도로 비쩍 말라 '갈비사자'라는 별명이 붙었던 바람이가 청주동물원에 구조된 뒤, 열악한 사육환경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결국 그해 11월 폐쇄됐다. 부경동물원 대표는 최근 암사자를 청주동물원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딸 사자는 부경동물원에서 태어났으나, 근친교배 우려 때문에 부녀는 한 번도 함께 지낸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동물원 김정호 수의사는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사자는 원래 무리 생활을 하기 때문에 딸 사자는 큰 문제 없이 합사에 적응할 것"이라며 "시민들께 부녀 사자가 함께 거니는 모습을 하루빨리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조만간 딸 사자의 이름을 시민 공모를 통해 지어줄 예정이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