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시간 순찰차에 갇혀 숨진 女…규정 지켰다면 살릴 기회 있었다

안대훈 2024. 8. 2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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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소 순찰차에서 4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 경찰의 ‘근무 태만’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파출소 근무자들이 규정에 맞게 제대로 순찰차를 점검했다면, 숨지기 전에 여성을 발견할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여성은 36시간 가까이 순찰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다 사망했다.

경찰 순찰차. 이 사건과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중앙포토


①근무 교대 때 순찰차 제대로 점검했다면…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6일 오전 2시 12분쯤 경남 하동군의 한 파출소 주차장에 세워둔 순찰차 뒷좌석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경찰은 약 36시간이 흐른 17일 오후 2시 9분쯤 차 안에서 사망한 A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A씨가 장시간 순찰차에서 갇혀 있다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순찰차 뒷좌석은 내부에 손잡이가 없어 외부에서만 문을 열 수 있다. 또 앞 좌석과는 안전칸막이로 분리돼 있어 외부 도움 없이 탈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당시 파출소 근무자가 경찰청 훈령인 ‘경찰장비관리규칙’에 맞게 순찰차를 점검했다면 A씨가 사망하기 전 발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찰장비관리규칙은 “근무 교대 시 전임 근무자는 차 청결상태, 각종 장비의 정상작동 여부 등을 점검한 후 다음 근무자에게 인계하여야 한다(제96조 차량 관리 4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상 파출소 근무자는 주·야간 근무자가 교대하는 오전 8~9시쯤 순찰차를 점검한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사망 추정’ 6시간 전, 살릴 기회 있었다


규정대로라면, 경찰이 A씨를 발견할 기회가 2번은 있었던 셈이다. A씨가 순찰차에 들어가고 약 6시간 뒤인 16일 오전(8~9시)과 30시간 만인 17일 오전(8~9시) 순찰차를 점검하는 과정에서다. 특히 16일 오전에 점검할 때는 A씨가 사망하기 이전이다. A씨는 16일 오후 2시 전후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와 관련, 당시 파출소 근무자들은 순찰차를 두 번 모두 점검했지만, 뒷좌석에 있는 A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순찰차 운행기록 등 일지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운행 기록을 확인하려면 시동을 걸어야 하고, 이때 블랙박스가 자동 녹화되는데 이 순찰차 블랙박스는 지난 15일 오후 6시쯤부터 꺼져 있었다. 현재 경찰청은 이들 근무자가 규정에 맞게 근무했는지, 허위로 일지를 작성했는지 등을 감찰 중이다.

경찰 로고. 연합뉴스

A씨는 고체온증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1차 부검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망 원인이) 고체온증 등을 고려해 정밀 검사를 할 예정”이라고 경찰에 전했다. 당시 하동에는 폭염 특보가 발효 중이었고, 16일과 17일 하동의 낮 최고 기온은 각각 35.2℃, 34.7℃였다. 경찰 관계자는 “확정된 사망 원인은 아니다. 사망에 이를 다른 외상이 없었기 때문에 고체온증 등으로 인한 사망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②순찰차 문 잠갔더라면…


A씨가 갇힌 순찰차는 문이 잠겨 있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장비관리규칙상 “차를 주·정차할 때에는 엔진 시동 정지, 열쇠 분리 제거, 차 문을 잠그는 등 도난방지에 유의하여야 하며, 범인 등으로부터의 피탈이나 피습에 대비하여야 한다(제96조 차량의 관리 3항)”고 명시돼 있다.

실제 파출소 주차장에는 순찰차 두 대가 있었는데, 한 순찰차는 문이 제대로 잠겨 있어 A씨가 들어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A씨는 문이 잠기지 않은 다른 순찰차로 다가간 모습이 인근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경남 하동경찰서 전경. 사진 하동경찰서


③파출소 현관까지 갔는데 못 봐…경찰청 ‘감찰 중’


또 이 CCTV 영상에는 A씨가 순찰차에 들어가기 직전, 파출소 현관까지 접근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A씨가 파출소 출입문을 두들기거나 초인종을 눌렀는지 아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근무자들은 아무도 A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근무 태만, 근무 소홀 등 정확한 사실관계는 감찰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경찰청은 대대적인 특별 점검에 나섰다. 시·도청별 3급지 지역경찰관서(11개 청 산하 480개 지역 관서)를 대상으로 이날부터 오는 30일까지 특별점검을 벌인다고 했다. 점검단 54명을 7개 조로 편성해 지정된 근무 상황 준수 여부, 근무 교대 시 팀 간 사무·장비 등 인수·인계 여부, 중간관리자 관리·감독 실태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하동=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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