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0개국 성서공회에 성경 400만부…그간 받은 사랑을 세계에 전합니다”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신한 유일무이한 사례다. 한국이 ‘원조 공여국’으로 전환하면서 한국교회 역시 세계 교회에서 이웃을 섬기는 위치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성경 제작·보급’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1896년 영국성서공회의 도움으로 한국어 성경 번역과 보급, 제작을 맡아온 (재)대한성서공회는 1979년 세계성서공회연합회(UBS)에서 재정 자립 후 2008년부터 해외 미자립 성서공회를 본격 지원했다.
매년 (재)대한성서공회의 후원을 받는 해외 성서공회는 현재 70여곳이다. 이들 공회를 거쳐 현지에 배포되는 성경은 지난해 기준으로 16년간 총 670여만부에 달한다. 각국의 국어와 부족어로 된 성경을 직접 제작·보급해 ‘성경 사각지대’를 메우는 (재)대한성서공회 신임 이사장 김경원(76) 서현교회 원로목사를 19일 서울 서초구 본부에서 만났다.
지난 5월부터 1년간의 임기를 시작한 김 이사장은 올해로 15년째 (재)대한성서공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2010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UBS 8차 총회’와 이듬해 열린 한글 성경 완역 및 출간 100주년 및 2015년 공회 창립 120주년 기념사업 등 굵직한 행사에 잇따라 참여한 ‘공회 역사의 산증인’이다. 김 이사장은 “147개국 성서공회 대표 440여명이 참석한 UBS 8차 총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한국교회의 위상이 국제 사회에서 높아지고 있다는 걸 이때 실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성경 번역·출판·보급이란 사명을 감당해온 한국교회 연합기관인 (재)대한성서공회 이사장직은 내게 큰 영광이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강단용 성경을 ‘하나의 성경’으로 사용하는 전통을 유지하는 동시에 하나님 말씀을 자기 언어로 읽고자 하는 지구촌 이웃에게 성경을 지원하는 일에도 힘쓸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UBS 성서 출판 지원센터’인 공회는 각국의 미자립 성서공회가 요청하는 성경을 국내서 제작해 보급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매년 공회는 100여개국 200여개 언어로 400만부의 성경을 제작한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 기기가 보편화하는 추세지만 정치·종교적 문제로 성경을 접하기 어려운 지역이 적잖아 인쇄 성경의 수요는 당분간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게 공회의 관측이다.
‘성경 번역 및 보급’과 더불어 그가 올해 역점을 두는 사업은 다음세대를 위한 새로운 번역 성경인 ‘새한글성경’ 완역이다. 지난 2021년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을 출간한 공회는 올해 말까지 전체 성경을 완간하는 게 목표다. 아울러 새한글성경을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해 인쇄 성경에 미처 담지 못한 사진과 영상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도 포함할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문장과 스마트 기기 접근성을 제고한 콘텐츠는 성경 보급 확대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다음세대가 성경 내용을 깊이 탐구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반도 통일을 대비해 공회가 세운 성경 보급 계획도 있다. 그는 “90년대부터 공회는 북한 선교의 문이 공식적으로 열리면 성경 100만권이 필요하리라 예측해 기금 30억원을 조성했다”며 “통일 이후에도 ‘하나의 성경’ 전통 이어가기 위해 겨레말 어휘 및 맞춤법 연구 등을 여러모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를 향해서는 감사와 당부를 함께 전했다. 김 이사장은 “성경을 구하기 힘든 세계의 이웃을 돕고 다음세대가 말씀 중심의 신앙을 지켜가는 데 있어 한국교회의 기도가 절실한 때”라며 “그간 한국교회의 협력과 기도로 공회는 사명을 잘 감당해왔다. 앞으로도 계속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거쳐 미국 리폼드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총장과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7년 서현교회 은퇴 후 현재 실천신학대학원대와 미래군선교네트워크 이사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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