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친일 반민족 행위 찬양하면 공직 불가" 입법 추진

성지원 2024. 8. 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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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일제 식민 지배를 미화하거나 친일 반민족행위를 찬양ㆍ고무한 사람은 공직을 맡거나 공공기관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둘러싼 ‘역사관 논란’을 겨냥한 입법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신임 정책위의장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4.04.23.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20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일본인 것 같다”며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를 엄호한답시고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고 말했고, 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서는 2022년부터 지속해서 ‘독도’라는 단어가 아예 사라져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이런 매국적인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 나라를 지키기 위한 입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친일반민족행위 찬양ㆍ고무 외에 “독도 영유권을 부정하고 훼손하는 행위도 처벌하도록 법제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정책위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상의해 관련 법안을 당론 발의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건국절 주장처럼 독립운동을 부정한다거나, 헌법상 독도까지 포함하도록 되어있는 영토 조항을 ‘참절(국가 영토를 점거해 그 국가의 주권 행사를 배제하고 국가의 존립ㆍ안전을 침해하는 일)’하는 사람 등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사람에 대해 공직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당 지도부에서 나눴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19일 김민석 최고위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헌법정신을 훼손하거나 민족 정체성, 국가 정체성에 반하는 생각이 노골적으로 튀어나오고 있는데 관련된 사람들은 공직 (입성) 자체를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뉴스1

앞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건태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2명도 비슷한 내용의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친일반민족행위를 찬양ㆍ고무ㆍ선전ㆍ동조한 자가 국가나 지자체 및 공공기관 공무원 또는 임ㆍ직원에 임명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에선 친일반민족행위 찬양ㆍ고무 여부 판단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 맡기도록 했다. 다만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진상규명위가 이미 법적 기한이 종료돼 이를 보완해 별도 입법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에선 김 관장을 둘러싼 역사관 논란 후 이른바 ‘공직자 사상 검증’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김준혁 민주당 의원 등 31명은 지난 13일 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 및 식민사관을 정당화ㆍ미화하거나 찬양ㆍ고무한 독립기념관 이사에 대해 그 이사를 제외한 이사회 의결로 임명권자에게 해임 또는 지명 철회를 건의하도록 하는 독립기념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용갑 민주당 의원도 14일 독립기념관장 등 임원 결격 사유에 집회 또는 출판물, SNS에 역사적 사실을 부인ㆍ왜곡ㆍ날조한 자를 포함시키고 국회가 관장을 탄핵소추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기념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민주당은 여론전에서 파급력이 강한 ‘친일’ 카드로 대여투쟁 공세를 높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반국가세력 암약”을 놓고 박찬대 원내대표는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입법권을 무시하면서 헌법 원리를 부정하는 세력, 검찰을 내세워 자기편을 감싸고 법치를 형해화하는 세력, 친일ㆍ뉴라이트를 내세워 헌법을 부정하는 세력, 이들이 진짜 반국가세력”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도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에서 배려해야 할 것은 대일본제국 천황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선 사상검증법 마련을 놓고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공무원의 사상의 자유를 억압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어디까지가 친일 행위인지, 어디까지가 국가정체성에 반하는 행위인지 누가 판단하고 기준을 뭐로 할지 규정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라며 “실제 법안이 시행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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