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뢰 흔들려” 금융위원장 쓴소리…우리은행은 불참

정진용 2024. 8. 2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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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환 금융위원장 취임 후 첫 간담회
내달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수도권은 상향 적용
“국민 시선 왜 안 좋은지 고민을“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연합회장 및 19개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금융위원회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은행장들과의 첫 상견례에서부터 쓴소리를 쏟아냈다. 악재가 겹친 우리은행은 은행장이 불참했다.

김 위원장은 20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은행의 사회적 역할 부족을 지적했다. 가계부채와 내부통제 관리도 재차 당부했다. 

잡히지 않는 가계부채…은행권에 협조 당부

이날 간담회의 첫 번째 안건은 가계부채였다. 은행권의 대출금리 조정이 무색하게 영끌과 빚투가 살아나며 전체 가계 빚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4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96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 말 대비 0.7%(13조 8000억원) 늘었다.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공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들은 한 달새 가산금리를 다섯 차례 인상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김 위원장은 은행장들에 “은행권이 경각심을 가지고 가계부채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며 “은행권 자율적으로 상환능력 즉,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기반한 가계부채 관리 체계를 갖춰달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내달 1일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시행한다. 가계대출 한도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스트레스 DSR은 DSR을 산정할 때 일정 수준 가산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정부는 올해 2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대상으로 기본 스트레스 금리 25%를 적용하는 1단계 조치를 도입한 데 이어, 내달부터는 은행 주담대와 신용대출,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스트레스 금리의 50%를 적용하는 2단계 조치를 시행한다.

특히 금융위는 수도권의 주담대 대출 한도를 조이는 ‘핀셋 규제’도 시행한다. 최근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는 서울·수도권 은행권 주담대에 대해 DSR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기존 0.75%p 대신 1.2%p 상향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음 달부터 은행권에서는 모든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은행 내부관리 목적의 DSR을 산출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이런 산출 결과를 기반으로 은행별 DSR 관리계획을 수립·이행할 예정이다. 가계대출 추이를 면밀히 점검해 필요시 DSR 적용범위를 확대하거나 은행권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환골탈태 심정으로 내부통제 재점검” 강조…우리은행장 코로나로 불참

김 위원장은 최근 은행 고수익에 대한 국민 시선이 곱지 않은 게 현실이라면서 “최근 연이어 발생한 횡령 부당대출 사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정책,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문제 등도 은행에 대한 신뢰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에 충분한 경쟁이 있는지, 은행이 일반 기업과 같이 치열하게 혁신을 해왔는지, 민생이 어려울 때 은행이 상생의지를 충분히 전달했는지 등 비판을 진지하게 고민할 것을 당부하며 “최근 은행 신뢰 이슈가 불거지는 만큼 환골탈태한다는 심정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달라. 내년 1월 시행되는 책무구조도를 하나의 전환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5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외국계은행, 국책은행, 인터넷은행 등 19개 은행장들이 참석했다. 지난 6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한바탕 곤욕을 치른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이날 불참했다. 우리은행은 4년여간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에게 616억원 상당 특혜성 대출을 내준 의혹을 받는다. 또 우리은행에서는 이미 지난 6월 대리급 직원의 180억원 상당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바 있어 내부통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조 행장이 이날 오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불참 사유를 설명했다. 간담회에는 김범석 국내그룹 부문장이 대신 참석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와 박종복 SC제일은행장도 해외 출장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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