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빚투·영끌…가계빚 1900조 육박, 역대 최대 찍었다

곽재민 2024. 8. 20. 15: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 설명회에서 김민수 금융통계팀장(가운데)이 가계신용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국내 가계 빚이 1900조원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주택 거래가 늘면서 ‘빚투(빚으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이 다시 시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20일 한국은행은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이 1896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분기보다 13조8000억원 늘면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4분기(1885조5000억원)를 넘어섰다.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공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 등 금융사(공적 금융기관과 대부업체 포함)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 금액(판매신용)까지 포함한 ‘포괄적 가계 부채’를 의미한다.

가계 빚이 늘어난 데는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확대된 영향이 크다. 가계신용 가운데 카드대금(판매신용)을 제외한 2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1780조원으로 석 달 전보다 13조5000억원 늘었다. 이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같은 기간 16조원 급증한 1092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 증가 폭(12조4000억원)보다 커졌다.

차준홍 기자

김민수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커졌다”며 “반대로 신용대출 감소 폭이 축소되면서 가계신용은 1분기 감소에서 2분기 큰 폭으로 증가 전환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4분기 13만1000호에서 올해 1분기 13만9000호로 증가했다. 2분기에는 17만1000호로 뛰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은 687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조5000억원 줄었다. 11분기 연속 내리막이다. 다만 상여금 등 여유자금으로 신용대출을 상환했던 전 분기 감소 폭(-13조2000억원)의 5분 1수준에 그쳤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하고있지만,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에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본다. 올 상반기 가계신용 증가율은 0.6%로 관리 범위 이내란 것이다. 2020년과 2021년엔 가계부채가 분기 평균 30조원 넘게 늘면서 증가 속도가 빨랐다. 김 팀장은 “2분기 가계대출 증가 폭은 과거와 비교해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가계부채가 확대되는 움직임은 경계하고 있다”고 했다.

2분기 전국 부동산 시장 거래량이 2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늘어나며 거래 금액이 100조 원을 돌파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가계부채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거란 전망이 많다. 주택 매매가 이뤄지면 2~3개월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7월에도 가계부채가 2분기 수준으로 늘고 있어 관련 기관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당국과 은행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했고 지난 8일 주택공급방안이 발표된 데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9월부터 실행될 예정인 만큼 정책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22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3회 연속 동결한 뒤 가계부채 관리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가능성도 커졌다. 기준금리를 섣불리 내리면 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심리가 살아나 가계부채를 늘리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지난달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은이 금리 인하의 시점에 대한 잘못된 시그널로 기대를 크게 해서 주택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그런 정책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매파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