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1st] '윙어보다 공격적인 풀백' SON도 희생양, 포스테코글루 전술의 한계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너무도 명확한 전술 기조는 레스터시티에 쉽게 간파당했다.
20일(한국시간) 영국 레스터의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2024-20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1라운드를 치른 토트넘홋스퍼가 레스터와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토트넘은 제법 익숙한 선발 명단을 들고 나왔다. '손흥민-도미닉 솔랑케-브레넌 존슨; 제임스 매디슨-로드리고 벤탕쿠르-파페 마타르 사르; 데스티니 우도기-미키 판더펜-크리스티안 로메로-페드로 포로; 굴리엘모 비카리오' 지난 시즌 베스트 라인업과 비교해 바뀐 선수는 단 2명이었다. 신입생 솔랑케가 곧바로 기회를 잡았고, 웃음가스 흡입 논란으로 구단 자체 징계를 받은 이브 비수마 대신 벤탕쿠르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택받았다.
전술 기조도 비슷했다. 공격 전개 상황에서 양 풀백 우도기와 포로는 상대 진영으로 높이 올라간다. 윙어 손흥민과 존슨은 넓게 벌려선다. 센터백 판더펜과 로메로가 중심을 잡고 그 위에 수비형 미드필더 벤탕쿠르가 전반적인 조율을 맡는다. 매디슨과 사르는 이따금 후방으로 내려가 빌드업 전개에 도움을 준다.
여기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특색이자 한계는 '인버티드 풀백' 활용이다. 처음 인버티드 풀백이 나온 건 공격 상황에서 측면 높은 지점까지 올라서고, 수비 상황에서 측면 낮은 지점까지 내려오는 풀백의 체력 낭비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풀백 입장에서는 포지션을 조금 벗어나더라도 중원에 가세하는 게 이동 동선이 짧아 체력을 보전하기 좋았다. 팀 입장에서는 후방 빌드업에서 중앙 수적 우위를 점하기 용이했다. 모든 선수에게 준수한 발기술이 요구되며 인버티드 풀백을 소화할 역량이 되는 선수들도 늘어났다.
그런데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풀백들을 지나치게 높이 올린다. 미드필더가 아니라 또 다른 공격수처럼 기용한다. 풀백은 상대 진영 하프스페이스를 타격하며 공격 기회를 노린다. 이날 선제골도 매디슨이 왼쪽 하프스페이스에서 올린 공을 오른쪽에서 포로가 안쪽으로 쇄도하며 잘라들어가는 헤더로 만들어냈다. 페널티박스에 더 많은 선수를 넣을 수 있는 건 분명 장점이다.
이러한 전술에서 파생되는 단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로 미드필더들의 위치가 애매해진다. 풀백들이 올라가는 지역은 보통 전술이라면 미드필더들이 있어야 할 곳이다. 맨체스터시티에서 베르나르두 실바와 케빈 더브라위너, 아스널에서 데클란 라이스와 마르틴 외데고르 등 미드필더들이 차지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위치를 토트넘은 우도기와 포로가 점령한다. 그러다보니 미드필더인 매디슨과 사르가 원래 인버티드 풀백이 있을 법한 위치로 내려서는 경우가 많아졌다. 명백한 동선 낭비이며, 선수를 최대한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배치다.
둘째로 공격력이 좋은 윙어들의 페널티박스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존슨은 슈팅보다 침투와 크로스가 더 장점인 윙어여서 이 전술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문제는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측면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움직임과 슈팅이 최대 장점이다. 손흥민을 미끼로 유인할 수는 있지만 그게 측면에서 이뤄지면 손흥민의 장점이 많이 줄어든다. 우도기나 매디슨보다 바깥에 머물렀던 손흥민은 선제골 기점 패스를 제외하면 별다른 영향력이 없었다.
토트넘이 스스로를 얽매는 전술을 사용하니 레스터는 편안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더 많은 슈팅을 허용한 건 사실이지만 자기 진영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빠른 역습을 전개하면 얼마든지 토트넘을 위협할 수 있었다. 동점골 장면도 마찬가지로 빠른 역습을 통해 토트넘 수비의 정신을 빼놓은 뒤 대인마크에서 벗어난 제이미 바디에게 완벽한 크로스를 공급하며 완성됐다. 로메로는 공에 집중하느라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갔고, 포로는 바디를 완전히 놓쳤다.
지난 시즌 후반기 불거진 문제가 올 시즌 개막전에서도 반복됐다. 토트넘은 풀백들의 지나친 전진으로 인한 원활하지 않은 후방 공 순환과 잦은 롱패스, 이로 인한 역습 기회 헌납과 뒷공간 방치 등으로 상대에 많은 실점을 허용했다. 지난 시즌에는 '플랜 A'를 입혀야 한다는 변명이 가능했지만 이번 시즌은 아니다. 유기적이지 못한 포지셔닝은 간파될수록 토트넘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뿐이다.
토트넘은 인버티드 풀백을 잘못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방식은 중원 장악력 강화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풀백의 체력 안배도 도모하지 못한다. 선수들을 최대치로 활용하는 방식도 아니다. 이 전술의 희생양은 손흥민, 매디슨 등 팀에서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가진 선수들이다. 수비적으로도 판더펜, 로메로, 비카리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패턴이 계속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전술 변화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하루빨리 개선해야만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markstats' X 캡처,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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