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은행장 첫 '상견례'…가계대출·내부통제 관리 당부(종합)
수도권 2단계 DSR 금리 1.2%P 가중
은행의 사회적 역할과 신뢰 회복 강조
김병환 신임 금융위원장이 은행장들을 만나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거론하며, 은행권 신뢰회복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19개 은행장과 만나 '금융안정을 위한 리스크 관리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은행권 혁신'에 대한 은행권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했다. 이 자리에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을 비롯해 지방은행, 외국계 은행, 인터넷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은행은 우리 금융산업의 중심으로서 높은 건전성을 유지해 왔다"며 "위기 상황이 닥칠 때마다 민생 안정에 큰 역할을 해왔다"면서도 "최근 은행 고수익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권에 충분한 경쟁이 있는지, 은행이 일반 기업과 같이 치열하게 혁신을 해왔는지, 민생이 어려울 때 은행이 상생의지를 충분히 전달했는지 등 비판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가장 큰 경제 리스크 중 하나인 가계대출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4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하며 4개월째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4조원 넘게 급증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720조에 육박하며 전월 대비 4조원 넘게 늘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압박을 고려해 대출 금리를 올려 대응하고 있지만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5대 은행은 지난달 초부터 주담대 금리를 17차례 인상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한 달간 금리만 5번이나 올렸다.
김 위원장은 "은행권이 경각심을 가지고 가계부채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은행권에게 자율적으로 상환능력 즉, DSR에 기반한 가계부채 관리 체계를 갖춰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다음달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할 때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 스트레스 금리(가산금리)를 0.75%포인트(p) 대신 1.2%p를 적용한다. 또한 모든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내부관리 목적의 DSR을 산출하고, 내년부터 이를 기반으로 은행별 DSR 관리계획을 수립-이행하게끔 했다.
가계대출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에 따라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거나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등의 추가 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미비한 내부통제를 강화해 달라는 메시지도 내놓았다. 앞서 우리은행에서는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600억원대 특혜성 부당대출을 내줬던 사실이 적발되며 파장이 일었다. 김 위원장은 "은행은 항상 신뢰의 정점에 있어야 함에도 최근 은행권 신뢰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 만큼, 환골탈태한다는 심정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 달라"고 강조했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책무구조도 조기 제출도 독려했다. 이 외 은행권 소상공인 지원, 규제혁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완화하는 게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이고, 은행이 먼저 소비자를 위해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은행에도 우호적인 제도와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이어 "그동안 꾸준히 논의돼 왔던 은행의 업무범위 개선이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국민경제와 소비자 관점에서 다시 논의해 나간다면 최근 망분리 혁신과 같은 좋은 사례가 만들어질 것"이라 설명했다.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간담회는 약 1시간 40분 가량 진행됐다. 각 은행장들은 돌아가면서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은행권을 시작으로 한 달간 금융업권별 CEO 등 관계자들을 만나 기업 밸류업 등 현안 및 금융산업 발전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오는 22일 여신금융업, 28일 보험업, 29일 증권업, 다음달에는 2일 저축은행업, 5일 자산운용업, 9일 상호금융권, 11일 금융지주사와 간담회를 갖는다.
한편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코로나에 확진으로 이날 간담회에 불참했다. 간담회에는 김범석 국내그룹 부문장이 대신 참석했다. 간담회에 앞서 조 행장이 최근 발생한 우리은행 부정대출 사건에 대해 표명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두 달 전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감원장과 은행장 간담회에서 '100억원대 횡령' 사건으로 고개 숙여 사과한 적 있다.
조 행장을 대신해 참석한 김 부문장은 간담회 직후 취재진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채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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