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와 러브레터 주고 받지 않는다” 해리스 띄우며 트럼프 때렸다

임성수 2024. 8. 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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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19일(현지시간)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질 바이든 여사 등 민주당 전·현직 인사와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중산층 출신으로 검사 경력을 가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억만장자 사업가로 중범죄 혐의 재판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이를 부각하며 대의원을 결집시켰다. 민주당 대의원들은 연설마다 “계속 가자” “돌아갈 수 없다”고 환호하는 한편, 트럼프 관련 내용이 나올 때는 “그를 가둬라(Lock him up)”이라고 야유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전당대회 주인공인 해리스 못지않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조연이었다. 클린턴은 해리스보다 먼저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지만 트럼프에게 아쉽게 패한 경험을 바탕으로 트럼프를 직격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클린턴은 특히 해리스와 트럼프를 비교하며 “그녀는 결코 독재자에게 ‘러브 레터’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재임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서 외교’를 이어간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어 “해리스는 검사로서 살인자들과 마약상들을 잡아들였다. 해리스는 자유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잠시도 쉬지 않았다”며 “하지만 트럼프는 자신의 재판에서 잠이 들었고, 잠에서 깬 뒤엔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었다. 34개의 중범죄 혐의를 갖고 대선에 나서는 첫 번째 사람이 되는 역사”라고 꼬집었다.

클린턴은 자신의 대선 당시 슬로건이었던 ‘유리천장’ 깨기와 해리스의 강령인 ‘자유’를 연결하며 연설했다. 그는 “우리는 함께 가장 높고 가장 단단하며 가장 마지막인 천장에 균열을 내고 있다”며 “나는 그 균열 사이로 자유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리 천장의 반대편에서 해리스가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선서에 나설 것”이라고 단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19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질 바이든 여사도 해리스를 위해 두 팔을 걷고 나섰다. 그는 “카말라와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당신들은 승리할 것”이라며 “여러분은 새로운 세대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질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중도 사퇴를 가장 반대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질 여사는 “남편이 자신의 영혼 깊이 고민한 뒤, 재선에 도전하지 않고 해리스를 지지하기로 결심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질 여사는 해리스의 선거 구호인 “우리가 싸우면 우리는 이긴다”라고 말하며 연설을 마쳤다.

민주당 내 진보 그룹의 차세대 주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자신이 의료보험도 없이 웨이트리스로 생계를 이어가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민주주의의 기적”으로 하원의원이 됐다면서 “같은 희망과 염원으로 해리스와 월즈를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뽑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전당대회는 초반까지만 해도 대의원 좌석 곳곳이 비어있는 듯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미국 현대 민권운동의 상징인 제시 잭슨 목사의 활동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이 대회장 내에서 방영되자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영상이 종료되자 잭슨 목사는 휠체어를 타고 가족과 함께 전당대회 무대에 올라왔다. 대의원들은 환호했고, 잭슨 목사는 연설은 하지 않고 손을 흔든 뒤 무대에서 퇴장했다. 올해 82세인 잭슨 목사는 파킨슨병을 앓으면서 언어능력도 감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브 커 미국 국가대표 농구팀 감독이19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국가대표 농구팀 감독인 스티브 커도 해리스를 치켜세웠다. 커는 유나이티드센터를 경기장으로 사용하는 프로농구팀 시카고 불스 선수 출신이자 인기 구단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감독이다. 커는 연설에서 “이번 선거에서 해리스를 미국의 대통령으로, 월즈를 부통령으로 만들자”며 “(워리어스 소속 선수) 스테픈 커리의 ‘나잇 나잇(Night Night·잘 자)’ 세리머니를 트럼프를 향해서 하자”라고 말했다.

트럼프를 지지했다 돌아선 공화당원 인터뷰도 영상으로 공개됐다. 이들은 “공황 상태에 빠져 민주당이 나라를 파괴할까 봐 겁에 질려 있었다”며 “하지만 트럼프가 모든 거의 모든 것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한 공화당원은 영상에서 “트럼프에게 반대하고 해리스를 지지하는 것이 올바른 투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당대회는 이날 오후 5시 15분쯤 개막해 6시간 넘게 진행된 뒤 11시 30분이 다 돼서 종료됐다. 대의원들은 ‘고마워요. 조’ ‘싸우면 이긴다’ 등 여러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며 열광했다. 둘째 날인 20일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의 연설 등이 예정돼 있다.

시카고=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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