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터뷰] '센터백 깜짝 변신' 홍원진 "변성환 감독님에게 따랐을 뿐…공격수라도 감사하게 뛸 것"

[풋볼리스트=용인] 김희준 기자= 수원삼성의 2연승을 이끈 핵심 홍원진이 전술 변화와 관련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18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하나은행 K리그2 2024 27라운드를 치른 수원이 전남드래곤즈를 2-1로 꺾었다. 수원은 승점 40점으로 같은 날 승점을 얻지 못한 서울이랜드(승점 38), 충남아산FC(승점 37)를 넘어서 리그 3위로 도약했다.

이날 수원은 전반과 후반 다른 전술로 상대에 임했다. 변성환 감독은 초반 주도권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전반에는 평소 전술대로 밀고 나갔고 마일랏의 선제골로 결실을 얻었다. 1-0으로 앞선 채 시작한 후반에는 거의 쓰지 않던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중앙 수비를 두텁게 해 전남의 다이렉트 공격을 최대한 제어하겠다는 의중이었다.

이러한 변칙 전술이 가능했던 건 홍원진 덕분이었다. 홍원진은 중앙 미드필더나 수비형 미드필더를 주로 소화하지만 센터백도 가능한 자원이다. 이 경기 후반에는 오른쪽 스토퍼로 나서 발디비아 등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홍원진이 내려가면서 중원 장악력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었지만 수원 입장에서는 2-1로 승리를 챙긴 최고의 결정이었다.

홍원진은 모든 게 준비된 전술이었다고 설명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나 "감독님이 전남전 분석을 하면서 처음에는 기존에 하던 대로 4-3-3 형태로 나가다가 밖에서 신호를 주면 스리백을 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내게 '오른쪽 수비수로 네가 뛸 수도 있다. 준비를 잘 하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센터백도 자신있었다"며 중앙 수비로 소화한 경기도 많아 크게 부담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변 감독이 자인했듯 경기 이틀 전에 생각난 묘책이었기에 삐걱거리기도 했다. 홍원진은 후반전을 치르면서 수시로 코치진과 소통하며 자신의 자리를 조정했다. 이따금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라갈 때도 있었고,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스리백을 유지할 때도 있었다.

홍원진도 "축구하면서 이렇게 벤치를 많이 왔다갔다한 적은 처음"이라며 "스리백을 보다가 공격하면 포백으로 다시 바꿔서 내가 미드필더로 올라간다는 지시가 있었는데 소통이 원활히 되지는 않았다. 내가 벤치에서 먼 곳에 있어서 밖에서 선수를 통해 전달하려 해도 선수들도 제대로 몰랐던 부분이라 잘 전달되지 않았다. 그래서 코치님들이 답답하니까 나를 불러서 계속 스리백 보다가 공격 나갈 때는 포백 앞에서 중심을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해서 마지막 즈음에는 그게 잘 된 것 같다"며 웃었다.

그래도 홍원진은 연승을 챙겨 선두 경쟁에 돌입한 것에 만족했다. 변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내 스타일로 이긴 게 아니어서 불편했다'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냐는 질문에 "연승도 중요하고, 우리보다 높은 순위 팀과 경기하니까 승리가 더욱 중요했다. 감독님도 우리와 이야기하실 때 '내 것을 버리고 승리를 위해 포지션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내가 영입돼서가 아니라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 한마음으로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지금 3위, 2위는 의미가 없다. 마지막에 승격을 해서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만 생각하고 앞만 보고 달리겠다"며 지금처럼 열심히 경기에 임해 승격을 이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변 감독의 지시를 신뢰하고 따르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홍원진은 이번 경기 스리백 적임자로 선택받은 이유에 대해 "내가 센터백을 볼 줄 아는 걸 감독님도 아셨다. 발디비아 선수를 잘 확인해달라고 주문하셔서 그 주문을 수행했을 뿐"이라며 "선수라면 감독님 지시에 맞춰야 하는 게 당연하고 공격수라도 경기에 나갈 수 있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 포지션에 맞는 임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