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싸울 때 우리는 이긴다” “미국에 최선 다했다” 환호 넘친 대관식
“우리가 싸울 때 우리는 이긴다(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미국이여, 나는 당신에게 최선을 다했다(조 바이든 대통령)”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막을 올린 19일(현지시간)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 깜짝 등장한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선거 슬로건을 외치자, 대의원들은 약속한 것처럼 화답하며 열광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해리스만큼이나 환호를 받으며 등장해 자신의 유산을 이어갈 적임자로 해리스를 지목했다. 바이든은 50년 정치 여정을 마무리하는 고별사 같은 연설을 한 뒤 해리스에게 ‘횃불’을 넘겨줬다.
해리스는 이날 예정에 없이 무대에 올라 인사했다. 해리스는 짧은 연설에서 바이든에게 먼저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놀라운 바이든 대통령을 축하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싶다”며 “당신의 역사적인 리더십과 국가를 위한 평생의 봉사, 앞으로도 계속할 모든 일에 감사드린다. 우리는 당신에게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는 이어 11월 대선에 대해 “모든 배경에서 온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한 국민으로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선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긍정과 희망, 믿음으로 나라에 대한 사랑에 의지해서 우리는 싸울 것”이라며 “우리는 싸워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의 깜짝 등장 전 선거 캠페인을 소개하는 영상이 비욘세의 노래 ‘프리덤’을 배경으로 흘러나오자 대의원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영상이 끝나고 해리스는 갈색 정장 차림으로 무대 위에 등장하자 장내는 열광으로 넘쳐났다. 뉴욕타임스는 “해리스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깜짝 등장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전당대회 첫날은 해리스의 대관식이자 바이든의 작별 무대처럼 연출됐다. 딸 애슐리 바이든의 소개를 받은 뒤 주인공처럼 연단에 오른 바이든은 연설 시작 전 눈물부터 훔쳤다. 대의원들은 기립해 ‘우리는 조를 사랑한다’는 팻말을 들고 “땡큐 조”라고 연호하자 감격한 듯 한참을 말을 잊지 못했다. 바이든은 “감사하다. 나도 사랑한다”라고 말한 뒤 연설을 시작했다. 힘찬 목소리로 “나는 미국을 사랑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바이든은 “민주주의를 지킬 준비가 됐나. 해리스를 대통령으로 뽑을 준비가 됐나”고 물은 뒤 “최고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했다. 바이든은 이어 재임 성과를 강조하며 “여러분 덕분에 우리는 역대 가장 놀라운 4년을 보냈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는 카멀라와 저를 뜻한다”고 했다. 바이든은 인플레이션 억제와 인프라 확대, 코로나 극복 등 국내 정책부터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교 현안까지 언급하며 업적을 강조했다.
바이든은 해리스에 대해 “그녀는 세계 지도자들로부터 존경받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녀는 우리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될 것이며, 미국의 미래에 도장을 찍는 역사적인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해리스와 (부통령 후보) 팀 월즈 캠프에서 최고의 자원봉사자가 될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바이든은 트럼프를 여러 차례 직격했다. 그는 미국이 실패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그는 패배자다. 완전히 틀렸다”며 “유죄 판결을 받은 중범죄자 대신 검사를 오벌오피스(백악관 집무실)를 보내면 범죄는 계속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은 대선 후보 사퇴 배경과 관련해 “내가 물러나야 한다고 말한 사람들에게 화가 났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며 “나는 내 일(대통령직)을 사랑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더 사랑한다”고 설명했다.
바이든은 이날 연설은 49분 정도 이어졌지만, 고령 논란이 무색할 만큼 활력이 넘쳤다.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이 전쟁을 끝내자”고 말하면서 연단에 있는 탁자를 손으로 힘껏 내려치기도 했다. 연설을 마친 바이든은 무대에 올라온 해리스와 포옹한 뒤 해리스의 손을 잡아 들어 올렸다. 질 바이든 여사와 차남 헌터 바이든 등 가족들도 무대 앞으로 나왔다. 바이든은 50년 정치 인생의 ‘작별 인사’와 같았던 연설을 마친 환호하는 대의원들을 뒤로 한 채 곧바로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났다.
시카고=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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