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경쟁 복잡해진 K리그1, 꼴지 탈출 주인공은?
[이준목 기자]
프로축구에 1, 2부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 잔류-강등 경쟁은 매년 막바지 K리그의 강력한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일각에서는 우승보다도 1부리그 잔류를 위한 하위권 팀들의 처절한 순위전쟁이 더 드라마틱하고 볼거리가 풍부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특히 이번 2024시즌은 지난 어느 시즌보다 치열하고 예측불허의 역대급 승강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 16일, 김천 상무전에서 멀티 골을 터뜨리며 맹활약 한 대구FC 세징야 |
ⓒ 한국프로축구연맹 |
K리그1은 꼴찌인 12위가 자동 강등되고 10위와 11위는 K리그2 상위권 팀들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 잔류와 강등 여부를 가린다. 9위는 다음 시즌 1부리그 잔류가 확정된다. 현재 하위권 4팀 중 최소 1팀에서 최대 3팀은 다음 시즌 1부리그에서 볼 수 없다.
현재 4약은 승점 차이뿐 아니라 득점 차이도 근소하다. K리그1은 승점이 같을 경우, 득실 차보다 '다득점'으로 먼저 우선순위를 판단한다. 4팀 중에서는 꼴찌 전북이 33점으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고 인천(29점)-대전(28점)-대구(27점) 순으로 비슷하다. 당장 다음 라운드 결과에 달라 4팀의 순위가 언제든 요동칠 수 있는 상황이다.
순위 경쟁이 더욱 복잡해진 건 지난 27라운드에서 벌어진 '대이변'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10-12위 팀인 대전-대구-전북이 모두 상위 팀을 잡았다. 대구는 선두 경쟁을 펼치던 2위 김천을 홈에서 3-0으로 완파했고(8월 16일), 전북은 포항을 2-1로(8월 17일) 잡았다. 대전은 승강 경쟁자인 9위 인천의 덜미(2-1)를 잡으며(8월 17일) 강등권 탈출을 위한 희망을 되살렸다.
▲ 최하위로 추락한 전북 현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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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잔류전쟁의 최대 변수는 전북이다. K리그1 최다우승(9회)에 빛나는 전북은 현재 리그 꼴찌에 있다는 자체가 올 시즌 최대의 이변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것처럼, 사실 전북은 꼴찌에 있을만한 전력이 아니다. 전북은 올 시즌 초반 루마니아 출신 단 페트레스쿠 감독을 경질하고 지난 5월 김두현 감독을 선임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수원FC에서 득점왕을 다투던 스타 공격수 이승우를 비롯하여 전진우, 유제호, 안드리고 등을 영입하며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나섰다. 해외 진출설이 거론되던 송민규도 전북에 잔류했고, 장기 부상에 허덕이던 권창훈이 복귀했다. 함께 잔류경쟁을 벌이고 있는 다른 강등권 팀들이 누리지 못하는 빅클럽만의 강점이다.
특히 권창훈은 지난 17일 포항전에서 후반 30분 안드리고와 교체돼 지난 1월 전북 이적 후 7개월 만에 데뷔전을 치른 데 이어, 경기 종료 직전 후반 추가시간 54분 극장골을 터뜨리며 전북 데뷔전에서 데뷔골이자 결승골을 기록했다. 전북으로서는 분위기 반전을 위하여 귀중한 승점 3점을 획득한 데다 권창훈의 부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 있는 경기였다.
이름값이 전부는 아니라지만 전북의 스쿼드는 여전히 국가대표급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이승우-송민규-문선민-권창훈 등이 모두 정상 컨디션이었을 때, 전북의 공격력은 어떤 팀들이라도 부담스럽다.
전북이 시즌 내내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도, 여전히 상대 팀들은 전북을 만날 때마다 만만한 1승제물로 생각하지 못한다. 언제든 치고 올라올 가능성이 높은 전북의 존재 자체만으로, 잔류경쟁을 치르는 경쟁팀들에는 압박이 될 수 있다.
일단 전북의 1차 목표는 최하위를 벗어나 강등을 피하는 것이다. 지난해 수원 삼성은 꼴찌를 기록하며 승강 플레이오프라는 마지막 기회도 잡지 못하고 창단 첫 강등을 당했다. 만년 우승 후보였던 전북은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 아직 승강 플레이오프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전북은 아직 하위권 팀들과의 격차가 크지 않기에 파이널라운드까지 남은 11경기에서 잔류권인 9위 이상으로 진입하는 것도 가능성 있다.
한편 전북만큼은 아니지만 대전, 대구, 인천도 각자 전력 보강 요소가 있다. 대전은 지난 인천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한 구텍이 5개월 만에 장기 부상을 딛고 다시 돌아온 게 희망이다. 대구는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정치인이 김천전에서 복귀 후 첫 골을 터뜨리며 노장 세징야에게 의존하던 공격 부담을 다소 덜 수 있게 됐다. 인천은 제르소의 복귀와 함께 1부리그 잔류 경쟁을 여러 차례 겪고도 살아남았던 '생존왕'의 경험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가오는 24일에는 인천 전용구장에서 9위 인천과 12위 전북의 '승점 6점짜리' 빅매치가 열린다. 또한 같은 날 대구는 포항을, 25일에는 대구가 김천을 각각 원정에서 상대한다. 28라운드 결과에 따라 9-12위 팀의 순위가 완전히 바뀌게 될 수도 있다.
승리를 따내기 위해서는 결국 골이 필요하다. 현재 하위권 팀들은 모두 저조한 득점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제부터는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살얼음 승부 속에서 어려울 때 팀을 구원해 줄 수 있는 '해결사'가 나타나느냐에 따라 잔류-강등 전쟁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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