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성기 효과? 민심 동요?…12일 만에 北주민 이어 북한군 귀순
접경지역에서 12일 만에 북한 주민이 또 귀순했다. 경제난 등으로 인한 북한 내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전면 가동 꼭 한 달을 맞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군은 주목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20일 “오늘 새벽 동부전선에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1명의 신원을 확보해 관계기관에 인계했다”며 “남하 과정과 귀순 여부 등에 대해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경계작전을 펼치던 22사단은 전날 심야부터 강원 고성군 군사분계선(MDL) 이북에서 이상 동향을 파악해 집중감시에 들어갔고, 해당 인원이 MDL을 넘자 유도에 나섰다. 그는 하사계급장이 달린 군복 차림새로 군의 유도 지시에 순순히 응한 뒤 최초 소통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귀순이 이뤄진 곳은 북한이 월남을 막기 위해 불모지화 작업과 지뢰 매설을 진행하는 동해선 옆 개활지로 파악된다. 인근 오솔길을 걸어 MDL을 넘었다는 것이다. 삼엄한 감시를 뚫고 귀순에 성공한 것으로 추측할 여지가 있다. 관련 작업에 동원됐거나 주변 지리에 밝아 월남이 가능했을 수 있다. 군에 따르면 북한은 지뢰 매설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무리하게 군인들을 투입, 수차례 인명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22사단 동부 지역은 과거 수차례 귀순이 이뤄져 북한이 예의주시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실제 22사단 관할 지역에선 2020년 11월 이른바 '월책 귀순', 2021년 2월 ‘오리발 헤엄 귀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2022년 1월 월책 귀순자의 재입북이 이뤄진 곳도 22사단 관할 지역이다. 이런 과정에서 군의 초동 조치에 허점이 드러나 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접경지역을 통한 귀순은 지난 8일 이후 12일 만이다. 잇따른 귀순은 경제난 등으로 인한 북한 내부의 동요나 민심 이반 현상과 무관치 않을 수 있다.
지난 8일 넘어온 북한 주민 1명은 조수가 빠져나가 해수면이 낮아지는 간조 시간에 인천 교동도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맨 몸으로 건넜다. 민간인으로 파악된 해당 주민은 관계 기관 조사에서 북한 사회에 대한 염증을 토로했다고 한다. 지난달 말 평안북도와 자강도 일대에서 대형 홍수 피해를 겪은 북한은 쌀·옥수수 등 식량 가격 폭등 사태까지 겹쳐 주민 생활고가 심각하다는 전언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 정권을 향한 주민 불만이 높아지는 데는 지난달 21일부터 전면 가동에 돌입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방을 시작으로 심리전이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을 개연성이다.
최근 방송을 들어보면 “스스로 자기 역량을 강화하고 떳떳하게 새 날을 맞이할 준비부터 하라. 그 날은 멀지 않았다”, “언제까지 무능한 김정은을 지도자라 믿고 따르기만 할 거냐”, “김정은 말만 믿고 있다가 태평성대가 왔느냐” 등 북한 주민의 각성을 촉구하는 데 상당 부문을 할애하고 있다.
이날 넘어온 북한군 인원의 임무 구역도 대북 확성기 방송의 영향권이라고 한다. 군 관계자는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을 때부터 주민들 동요와 북한군 사기 저하는 이미 예상했던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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