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식민화' 핵 자본에 맞서, 탈핵 말하려 907 기후정의행진에 갑니다
[유인해 기자]
인간관계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일 학창 시절에, 소설을 한 권 읽었다. 하루아침에 빛을 뿌리는 방사선에 노출된 사람들과 우연히 노출되지 않을 수 있던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운명이 갈리는지 묘사한 책이었다. 당시 터져나오던 빛과 먼지구름에 노출된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아 죽었다. 빛에 노출되지 않았던 사람들은, 사고지역에서 빠져나와 먹을 것과 물을 찾아다녔다. 우연히 발견한 우물에 마실 물이 생겼다며 기뻐하며 물을 마셨으나, 며칠 되지 않아 죽었다. 그때부터 물 쟁탈전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오염되지 않은 물을 찾아 살아남으려 서로를 의심하고, 빼앗았다... 사방이 오염된 환경에서 부족한 물자를 나누며, 함께 고난을 이겨낸다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이 시기, 체르노빌 핵사고에 관하여 알게 되고, 몇 년 뒤인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사고가 난다. 대를 이어 피폭이 이어지는, 내부피폭의 무서움을 책으로 간접경험 한 입장에서, 후쿠시마 핵사고는 피부로 와닿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지진 당시 일본에 있던 한 사람은 TV를 돌려도 자연경관 다큐멘터리만 나와서 귀국했다고 알려주었다. 일본은 핵사고 이후, 수습할 수 없을 지경이 될 때까지 사고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 무렵 방사성 오염 식품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서 가족들과 크게 싸웠다. 가족들은 내게 자유를 침해할 권리가 없다고 화를 냈다. 돈 있는 일본 사람은 일본이 아닌 지역에서 생수를 구입하여 유치원생에게 먹인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방사성 물질 노출량에 암 발생 확률이 비례한다는 것, 세포분열이 활발한 시기에 방사선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강연도 들었다.
2023년 8월 24일은 후쿠시마 핵 오염수가 처음으로 방출된 날이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희석했으니 괜찮다고, ALPS로 방사능 핵종을 잘 걸러냈다고 광고했다. 그런데 핵사고 이후 오염수를 방출한 사건은 전 세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어떤 핵종이 오염수에 포함되어 있는지, 방사성물질 총량, 방출 기간에 관하여 도쿄전력은 언급하고 있지 않았다. IAEA는 도쿄전력 보고서의 전제인 '해양투기'를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 시민사회가 제시한 대형탱크 보관이나, 고체화 방안을 평가하지 않았다. 또한, IAEA는 해양 방출을 결정한 이후에 평가의뢰를 받았으므로 '정당화 프로세스' 즉, 경제, 사회, 환경요인까지 고려하여 이익이 손해를 넘어서야 한다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더해 IAEA는 최종보고서를 통해 "IAEA와 그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현재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아직 폐로처리가 되지 않은 곳이다. 이 상황에서 오염수 방출 기간은 91개월에서 20~30년으로 증가했다. 사고 후 30~40년 안에 폐로를 마치겠다는 '중장기 로드맵'은 지켜질 수 없다고 원자력시민위원회가 말하는 상황이다. 해양투기를 결정했던 당시 다른 선택지보다 경제적으로 해양투기를 하면 34억엔 정도가 소요되어 우위에 있어서 결정했다고 했으나, 이미 들어간 비용만 해도 해저터널, 방출시설 건설비 포함 2021~2024년에만 437억 엔이 소요될 것이고, 해양 방출에 따른 수요대책으로 2021년도 추경예산에 300억 엔을 책정하는 등, 비용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도 과거의 일이 되었다는 지적을 탈핵신문에서 하고 있다. (2023년 8월 탈핵신문 113호,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관련 IAEA 최종보고서 비판)
▲ 2024 07 09 전라남도청 앞에서, 한수원에 관여촉구를 요청 한빛 1,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주민의견 수렴절차 중단 위한 전라남도청 적극 관여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
ⓒ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 |
▲ 2024년 7월 12일 영광 공청회 반대 기자회견 ' 한빛 1, 2호기 수명연장 절대반대, 엉터리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 당장 철회하라, 법적 수순만 강요하는 공청회 우리는 거부한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는 주민과 연대자들입니다. |
ⓒ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 |
▲ 2024 07 23 장성문화예술회관 앞 지자체는 공청회 연기 공문을 보내고 한수원은 그에 응답하지 않은 채 공청회 예정일이 왔습니다. 주민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한수원은 시간 지켜서 도착했습니다. 대관조차 되지 않은 장성문화예술회관 앞에서 한수원은 공청회 무산 선언을 하는 중입니다. |
ⓒ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 |
지역을 식민화하는 핵 자본에 맞서, 탈핵을 말하려 907 기후정의행진에 같이 갑시다.
덧붙이는 글 |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소설은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로 제목이 바뀐 것 같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룸살롱 다녀온 택시 손님의 말... 우리 가족은 분노했다
- 친구 엄마, 농구 감독까지 등장... 반전 영화보다 더 재미있다
- [영상] "이런 독립기념관은 처음"... '김형석 아웃' 현수막 물결
- "방학 동안 학원 가지 마" 충동적인 결정, 그 결과는?
- 식자재 마트 계산원이 가장 듣고 싶은 말
- '성소수자 축복' 이동환 목사, 징계 무효 '각하', "혐오도 권리인가"
- 교토국제고교, 역전승으로 고시엔 결승 진출... 우승이 코앞에
- "박정희광장 비판이 자치 역행? 매일신문은 홍준표 기관지인가"
- 서울고법 "난민 면접 녹화 영상 공개해야", 면접 조서 조작 등 차단
- 국힘 퇴장, 이진숙 불참... 야당 '방통위원 추천' 카드로 반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