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장자연 관련 위증' 전 소속사 대표 김종승 2심 실형…법정구속돼
고(故) 장자연씨 관련 재판에서 허위 증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전 소속사 대표가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1부(부장판사 양지정 엄철 이훈재)는 위증 혐의로 기소된 장씨의 전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54)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故장자연이 소속된 기획사를 운영하며 그 내막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음에도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사건을 축소하기에 급급했다"라며 "당시 피고인은 일본으로 도망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형사재판에서의 증언 내용, 이 사건에서 보이는 일련의 태도를 보면 피고인이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미안함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지도 의문"이라며 "형사소송 등에서 피고인의 책임이 인정된 바와 같이 고인이 전혀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을 지어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인은 계속 거짓 진술을 일삼으며 당심에서도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안 보이고 있다"라며 "피고인의 진술은 이 사건과 아주 중요한 관련이 있고,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사안이 가볍지 않고 죄질도 좋지 않아 엄한 처벌이 마땅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법정 구속한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2012년 11월 이종걸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의 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의원은 2009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장씨 사건과 관련해 조선일보사 임원 등의 실명을 언급했고, 조선일보 측은 이에 민·형사소송으로 대응했다.
이후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조선일보 측은 이 전 의원에 대한 형사고소를 취하했고, 2013년 3월 형사재판에서 법원은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김씨는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지기 전인 2012년 11월 이 전 의원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선일보 측 인사에 대해 '장씨가 숨진 이후에야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이 누구인지 처음 알았다'라거나 '우연히 (술자리에서) 만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장자연 등 소속 연예인을 폭행한 적 없다'는 취지의 증언도 했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2019년 5월 '장자연 리스트'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검찰에 김씨의 위증 혐의에 대한 수사를 권고했다. 이 전 의원의 형사재판에서 김씨가 한 증언들이 위증에 해당한다는 취지였다.
김씨를 수사한 검찰은 위증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2019년 7월 김씨를 재판에 넘겼다.
앞서 1심은 김씨의 5개 공소사실 중 2개만 유죄로 판단, 김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수사 단계부터 재판 과정까지 일관되게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또 재판 진행 중 방정오 TV조선 대표가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방용훈 전 사장 역시 증인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2007년 10월 방용훈 전 사장이 참석한 식사자리에 김씨와 장씨가 참석한 사실, 2008년 10월 김씨와 장씨가 유흥주점에서 방정오 대표를 만난 사실 관련 김씨의 증언을 위증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제 막 연예활동을 시작한 장씨가 소속사의 관여 없이 (방 전 사장이 있는) 식사 자리에 스스로 가서 인사를 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피고인이 적어도 식사 당시 방용훈의 참석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증인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방정오의 모임 참석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장씨를 유흥주점에 데려갔다"며 "이는 장씨의 통화 내역과도 들어맞는다"고 밝혔다.
다만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장씨 등 소속 연예인을 폭행한 적 없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한 번도 폭행을 하지 않았다기보다는 수시로 폭행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라며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허위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날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김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뒤집었다.
재판부는 "당시 재판에서 피고인이 받은 질문의 취지는 한 번이든 수시로든 폭행했는지였다"라며 "무죄로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종걸 전 의원의 형사사건이 고소 취하라는 사정에 의해 형식적으로 종결되긴 했지만, 김씨의 증언은 그 사건과 많은 관련이 돼 있었다"라며 "그런데도 김씨는 망인이 소속된 기획사를 운영하며 그 내막을 누구보다 잘 알았음에도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사건을 축소·은폐하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김씨가 보인 태도를 보면 망인에 대한 최소한의 미안함이나 양식의 가책을 느꼈는지도 의문"이라며 "죄질이 좋지 않아 엄한 처벌이 마땅하다"고 했다.
앞서 김씨는 2013년 장씨에 대한 폭행 혐의로도 대법원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의 유죄판결을 확정받은 바 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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