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가 45세에 발표한 소설, 놀랍다

우연주 2024. 8. 2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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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수레바퀴 아래서> 를 읽었고, 내가 처음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을 때 <데미안> 을 읽었다.

내가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 에서 학교 교육의 경직성과 문제점을 발견하고, <데미안> 을 통해 내면으로 걸어 들어가 나만의 길을 발견한 것처럼, <싯다르타> 를 통해서는 진리와 인생의 심오한 면을 깨닫는 영민한 사색가이자 철학가이자 예술가, 그리고 참된 인간으로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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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성장의 길 <싯다르타> 를 읽고

[우연주 기자]

고등학생 때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었고, 내가 처음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을 때 <데미안>을 읽었다. 이제 어느 정도 회복이 된 후에 <싯다르타>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헤르만 헤세의 이 책들과의 여정은 나의 정신적 성장과 맥을 같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위대한 영적 스승이나 마찬가지인 헤르만 헤세의 소설들을 전부 다 이해하기에 나는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다. 불교식으로 표현하면 미망의 상태에 있는 것. 그렇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어두웠던 내 정신적 세계가 조금씩 밝아지는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몇 십 년 후에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해 본다.
▲ 싯다르타 표지 싯다르타 표지
ⓒ 우연주
싯다르타는 인도의 계급 중 가장 상위계층인 브라만 출신이다. 그는 어느 날 구도의 길을 걷겠다며 아버지에게 작별을 고하고 친구인 고빈다와 함께 길을 떠난다. 그 과정에서 부처인 고타마 싯다르타를 만나기도 하고, 사랑하는 여인 카밀라와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부유한 상인에게서 여러 가지 수완을 배우기도 한다.

그는 감각의 세계와 정신의 세계를 모두 경험해 본다. 그리고 노년에 이르러 이 모든 것이 따로 있지 않고, 인생이란 윤회의 수레바퀴 안에 있다는 것, 선과 악, 정신과 자연, 모든 것이 하나의 단일성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고타마 싯다르타에게서도 많은 것을 느끼고 통찰했지만, 열반이나 심오한 통찰은 가르칠 수 없는 것, 몸소 체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며 그의 가르침을 거부하고 떠난다. 싯다르타는 진정한 구도자의 길, 내면세계의 길로 걸어 들어갔고 결국 자기완성의 길에 이른다.

노년에 만난 친구 고빈다는 그에게서 자신이 스승으로 모셨던 부처 고타마 싯다르타의 모습을 보며 또 다른 완성자라고 감탄하며 그에게 큰 절을 올리는 것으로 경의를 표한다.

헤세는 이 소설을 그의 나이 45세에 발표했는데, 싯다르타는 한 인간의 청년 시절부터 노년 시절에 이르는 대서사를 마흔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완성했다는 것이 실로 놀랍고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실제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하고 카를 융의 제자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하고 이혼과 결혼 등 여러 가지 힘든 시기와 복잡한 개인사를 겪었는데, 이 소설이 주는 메시지처럼, 그가 겪은 일련의 체험들이 그토록 위대한 소설 작품을 낳고 깨달음의 길로 이끈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과 음악을 사랑하고 시인으로서 시를 쓰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문학작품을 남긴 헤르만 헤세는 진정한 예술가이자 구도자이자 완성자였다.

내가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에서 학교 교육의 경직성과 문제점을 발견하고, <데미안>을 통해 내면으로 걸어 들어가 나만의 길을 발견한 것처럼, <싯다르타>를 통해서는 진리와 인생의 심오한 면을 깨닫는 영민한 사색가이자 철학가이자 예술가, 그리고 참된 인간으로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소설 속 싯다르타가 자신의 정신적 성장에 그치지 않고, 모든 충동과 본능에의 욕구로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들을 사랑했던 것처럼, 내 주변의 모든 이들을 자애와 자비와 애정의 시선으로서 바라봐야겠다는 마음이 샘솟았다.

또 다른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을 찾아 읽고 싶다. 그는 그가 겪은 고통만큼이나 위대한 인생을 살다 간 현인이었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 https://brunch.co.kr/@lizzie0220/1037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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