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해리스, 충분한 역량 갖춰…유리천장 깨뜨릴 것"
"우리는 함께 가장 높고 가장 단단하며 가장 마지막인 (유리)천장에 균열을 가할 것이다. 유리천장 반대편에 카멀라 해리스가 손을 들고 (대통령) 취임선서에 나설 것이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19일(현지시간) 연사로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이 자신에 이어 미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유리천장을 깰 수 있다고 강력한 지지를 표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저녁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 연설에서 "대통령으로서 그녀(카멀라 해리스)는 항상 우리의 등을 지켜줄 것이다. 우리를 위해 싸우는 투사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2016년 미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다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던 그는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의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통령 후보임을 언급하며 "미국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흰색톤 색상을 입고 연단에 선 그는 "우리 중 한 사람에게 유리천장이 무너지는 순간 우리 모두에게 길이 열린다"며 "그러니 앞으로 남은 78일 동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해야 한다. 트럼프와 그의 세력이 법치주의, 우리의 삶에 가하는 위험을 물리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진보는 가능하지만 절대 주어지지 않는다. 쟁취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클린턴 전 장관은 해리스 부통령이 과거 법조인으로서 학대와 방치에 시달리던 아이들을 도왔던 점도 조명했다. 차기 대통령으로서 충분한 역량과 인성 등을 갖췄다는 주장이다. 그는 "해리스는 열심히 일하는 가족들의 (생활)비용을 낮추기 위해 싸울 것"이라며 "좋은 급여를 주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국적으로 낙태권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34건의 중범죄 유죄 판결을 받고도 대선에 나오는 최초의 사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자신을 향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짓 주장과 조롱을 쏟아냈던 사실을 언급하며 "나에게는 익숙하게 들린다"고 비꼬기도 했다.
특히 클린턴 전 장관은 '범죄자 트럼프 대 검사 해리스'의 구도도 강조했다. 그는 "해리스는 검찰로서 살인범, 마약 밀매범을 검거했다"며 "그녀는 우리의 자유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결코 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현장에서는 '그를 가두라(Lock him up)'는 구호가 쏟아지기도 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해리스는 법정에 처음 나선 날, 지금도 그녀를 이끄는 '국민을 위해'라는 말을 했다"며 "트럼프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그녀는 결코 독재자에게 '러브 레터'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날 클린턴 전 장관은 "미래가 여기 우리 손아귀에 있다. 가서 이기자"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이날 클린턴 전 장관의 연설 상당부분은 여성으로서 대권에 도전해본 경험자로서의 유리천장 은유에 치중됐다. 주요 외신들은 이에 일부 여성 지지자들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달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서도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이 못 깬 '유리천장'을 깰 수 있는 준비된 후보라고 높게 평가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날부터 나흘간의 전당대회 일정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과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각각 대통령, 부통령 후보로 공식 추인한다. 민주당으로선 최근 해리스 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우위를 보이고 있는 만큼 기세를 몰아 이번 전당대회를 11월 대선 승리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이날 전당대회 주제는 '국민을 위해'(For the People)다. 클린턴 전 장관에 이어 황금시간대 연설자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단에 나선다. 클린턴 전 장관의 연설 전에 현장에 등장한 해리스 부통령은 짧은 인사를 통해 "이번 주는 정말 좋은 주가 될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에 감사를 표했다.
다음날인 20일에는 시카고가 정치적 고향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가 연설한다. 셋째 날에는 부통령 후보인 월즈 주지사, 마지막 날에는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 수락 연설이 예정돼 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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