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 협상 와중에…4조원대 미국산 '아파치 헬기' 산다

박현주 2024. 8. 2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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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미국으로부터 35억 달러(약 4조 6655억원) 규모의 아파치 공격 헬기(AH-64E) 등을 구매한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양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조기 착수한 가운데 대규모로 미국산 무기를 들여오는 것이라 주목된다.
한미연합 군사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 (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이 시작된 지난 19일 경기 평택시 팽성읍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상공에서 AH-64 아파치 헬기가 이륙하고 있다. 뉴스1.


4조원 넘게 판매 승인…"韓 군사력 향상"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19일(현지시간) "한국 정부가 AH-64E 최대 36대, T700-GE-701D 엔진 최대 72대, 현대화된 목표 포착 지시 조준장치 AN/ASQ-170 최대 36개 등에 대한 구매를 요청했다"며 "아파치 공격 헬기(AH-64E)와 관련 물품에 대한 판매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판매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발전을 위한 주요 동맹국의 안보를 향상하고 외교 정책과 국가 안보 목표를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적을 억제하고 역내 작전에 참여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전력을 한국에 제공해 한국의 (군사)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매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이뤄졌다. FMS는 정부 간 직거래 계약 방식으로 의회 승인을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방위사업청은 이날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을 정상 진행 중이며 적기 전력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군은 앞서 대형공격헬기 '1차 사업'을 통해 아파치 헬기 36대를 전력화했고, 2021년에는 아파치급 대형공격헬기를 해외에서 추가 도입하는 '2차 사업' 추진을 결정했다.

아파치는 주·야간, 전천후 작전이 가능해 현존 최고 성능의 공격헬기로 평가된다. 최대 순항속도는 269㎞/h(145노트)다. 무장은 헬파이어 미사일 외에 스팅어 공대공 유도탄 최대 4발을 각각 탑재할 수 있다. 70㎜ 로켓 최대 76발과 30㎜ 기관총 최대 1200발을 장착한다.
지난 19일 경기 평택시 팽성읍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상공에서 AH-64 아파치 헬기가 이륙하고 있다. 뉴스1.


방위비 협상 중 미국산 무기 구매


계획된 대형공격헬기 수급 사업의 일환이지만, 이번 판매 승인이 눈길을 끄는 건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협상과 직접 연관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산 무기 구매를 통해 한국이 동맹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는 게 사실이다.

앞서 한·미는 지난 4월부터 지난 12일까지 6차례에 걸쳐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회의를 열고 협상을 진행했다. 총 분담금 규모, 연간 인상률, 국방비 증가율 연동 여부 등이 이번 협상의 쟁점으로 꼽힌다. 양국은 가능한 오는 11월 미 대선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기 위해 회의 주기를 전례에 비해 짧게 가져가며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이번 판매 승인과 관련해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도 '어필'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미국은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나라를 좋아한다"(2019년 4월, 한·미 정상회담)고 여러 차례 노골적으로 말했다.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5차 회의가 열리는 모습. 외교부.


다만 앞선 SMA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이 미국산 무기 구매 사례를 부각하더라도 미국 측은 이를 별개의 사안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짙었다. 그럼에도 양측이 팽팽한 기 싸움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이 협상력을 높이는 데 유리한 카드를 하나 더 확보하는 의미는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도 방위비 협상과 관련해 무조건 '덜 내줄'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사야 할 미국산 무기 리스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SMA 협상에선 한국이 동맹에 기여한다는 걸 증명할만한 비용을 하나하나 산출해서 따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이런 대규모 무기 구매 같은 '큰 덩어리'를 협상에서 언급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의 귀환까지 염두에 두고 이런 사례들을 모아 모아 우리의 협상력 제고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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